경제
[이슈&현장]경유 값 급등, 정부는 예측 못했나?
입력 2008-05-28 04:20  | 수정 2008-05-28 08:53
경유 값 싸다는 것, 이제 옛말이 됐습니다.
국제유가가 거침없이 올라서일 텐데요, 정부가 경유 값을 휘발유의 85%로 맞추겠다면서 경유에 세금을 과도하게 매긴 탓도 적지 않습니다.
과연 이렇게 오를 때까지 놔둬야 했는지, 윤호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현재 휘발유의 전국 평균 가격은 천 861원, 경유는 천 857원입니다.

4원 밖에 차이가 나질 않는데, 지역별로는 경유 값이 이미 휘발유 값을 앞지른 곳도 많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유 차에 대한 선호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구입을 원하는 소비자는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경유차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한 자동차 업체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자동차 업체 관계자)
- "기존에 주야간 2교대로 돌아가던 라인을 야간 1교대로 돌리고 있고, SUV를 좀 더 집중적으로 생산하는 업체이기 때문에 다른 회사보다는 조금 더 타격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경유 값 급등의 원인은 1차적으로 국제유가 상승에 있습니다.

하지만, 에너지 세제를 개편한다며 경유에 과도한 세금을 매기기 시작한 정부도 책임이 있습니다.

정부는 4년 전 휘발유의 절반 수준이던 경유 값을 휘발유 값의 85%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습니다.

국제기준에 맞지 않게 경유가 휘발유보다 지나치게 싸고, 경유차가 늘면 환경이 오염된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
- "우리나라 같은 경우 당시에 (경유 값이 휘발유의) 반 값 정도 밖에 안 되서 환경 오염이나 외부 불경제 효과에 비해 지나치게 많이 소비되고 있어서 경유 비용을 외국 수준으로 적절하게 부과해야 하겠다."

문제는 경유 값 인상이 충분히 예견됐는데도 정부가 2004년 말에 세운 계획을 그대로 밀어부쳤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까지 국제시장에서 경유와 휘발유 값은 혼조세를 보이다가 에너지 세제개편이 마무리된 지난해 7월부터는 경유가 휘발유 값을 줄곧 앞질러 왔습니다.

정부가 아무런 고민과 대안 없이 세금 인상을 추진했다는 얘기입니다.

심지어 경유 값과 휘발유 값의 역전 현상이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까지 보입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
- "작년에 처음 경유가 오르기 시작한 게 최초의 현상이었던 게 아니고요, 엎치락 뒤치락했기 때문에 그걸 보고 "어, 경유가 더 오르겠다. 큰일났다" 이렇게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릅니다.

정부의 에너지 세제 개편안의 취지가 무색할만큼 경유 값이 올랐기 때문에 정부도 정책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 김기찬 / 가톨릭대 경영대학원장
- "경쟁력이 취약하거나 서민에게 세금이 과다한 것은 국가차원에서 해결해야 합니다."

인터뷰 : 강철구 / 자동차공업협회 이사
- "교통에너지 환경세를 대폭 인하해 운전자 부담을 경감하고 차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지난 3년새 경유에 붙는 유류세는 리터당 162원이 올랐습니다.

윤호진 / 기자
- "정부가 4년전 계획표만을 보며 경유 값을 꾸준히 올린 사이, 서민과 산업계는 고유가 충격에 무방비로 노출됐습니다. 물가와 서민생활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약속이 공허하게만 들립니다. mbn뉴스 윤호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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