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분양대행 사실상 금지…청약 줄연기 불보듯
입력 2018-05-06 21:26  | 수정 2018-05-06 22:01
지난달 국토부가 건설업계에 발송한 공문.
정부가 건설업체의 용역을 받아 분양업무를 대행하는 분양대행업 행위를 사실상 금지조치했다. 최근 강남 지역 분양현장에서 일부 분양대행사들의 위법조치가 확인된 데 따른 조치다. 정부는 "원래부터 건설업 면허를 소지한 업체가 직접 분양하도록 되어 있다"고 취지를 설명하고 있지만 이달과 다음달 분양을 앞둔 아파트의 분양 일정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6일 '무등록 분양대행업체의 분양대행 업무 금지' 공문을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한국주택협회 등에 보냈다. 국토부는 '건설업 등록 사업자'가 아니면 분양대행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할 수 없으며, 이를 어기면 최대 6개월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고 통보했다.
실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50조 제4항'엔 "주택공급신청자가 제출한 서류의 확인 등의 업무는 건설업자가 대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제44조 제1항에 명시된 건설업자는 건설산업기본법 제9조에 따라 건설업 등록을 한 자로 규정돼 있다. 즉 건설업 등록사업자가 아니면 분양대행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2007년부터 있었던 규정인데 최근 분양단지를 조사하다 보니 지켜지지 않은 사례가 있어 협조공문을 보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분양대행사들이 얼마나 건설업 등록이 되어 있는진 파악하지 못했다"면서도 "규범은 지켜야 하는 거 아니냐"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 발단은 지난 3월 말 분양한 강남의 일부 단지에서 선착순 분양을 하면서 분양규정을 정확히 지키지 않은 사실이 발각되면서부터다. 국토부는 해당 분양대행사가 건설업 면허를 보유하지 않은 사실을 발견한 후 해당 대행사의 모든 분양진행 업무를 중단시키고 분양대행 업무 금지 공문을 발송했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분양대행사 중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건설업 등록 면허를 보유한 곳은 신영, MDM 등 분양대행사로 출발해 대형 디벨로퍼로 성장한 극소수 기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만 전문으로 하는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곳도 면허를 보유하지 않고 있으며 중소 대행사들은 이 같은 규정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이처럼 기존 활동 중인 분양대행사의 분양대행 업무에 제동이 걸리면서 건설사들의 분양일정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점차 강화되는 데다 지방선거까지 앞둔 상황이어서 5~6월에는 전국적으로 분양이 몰려 있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2분기 전국에서 5만6800여 가구의 분양이 예정돼 있다. 서울에서만 서초우성1차 재건축, 래미안 목동 아델리체, 힐스테이트 신촌, 고덕 자이 등에서 1500가구 이상이 일반분양될 예정이었다.
분양대행사는 건설사의 분양 관련 실무 대부분을 대행한다. 주로 마케팅, 홍보 관련 업무를 대행하는데 인력 수요가 몰리는 집중 홍보기간에 계약직 직원을 뽑고 관리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업무다. 대단한 전문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건설사 입장에서는 손이 많이 가는 업무를 대신해주기 때문에 국내 현장에서는 분양대행사에 맡기는 것이 관행처럼 자리 잡았다. 이달 중 서울에서 분양을 준비하고 있던 한 대기업 건설사 관계자는 "기존 계약했던 분양대행사가 급히 건설업 면허를 따기 위한 절차에 돌입해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며 "자체 인력으로 분양을 강행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분양이 시급한 경우 분양대행 계약이 아닌 인력대행 방식으로 계약을 맺으면 정부의 규제를 피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인력대행은 단순 노무비를 기준으로 계약금액이 산정되기 때문에 분양대행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크게 낮아진다. A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인력대행으로 계약이 진행되면 분양대행사들은 수익을 낼 수가 없다"고 전했다.
현장에서는 정부의 조치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분양대행사의 업무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업계 경쟁력과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하는 것인데 건설업 면허를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분양대행사들도 건설업 면허를 가진 곳은 단 한 곳도 없다"며 "분양대행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건설업 면허를 따라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손동우 기자 / 정순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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