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세계 최대 공장 어쩌나"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논란에 `울상`
입력 2018-05-04 13:55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 장부에 기록된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변경한 데 대해 금융감독원이 회계 기준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하면서 향후 바이오 의약품위탁생산(CMO)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람의 생명에 영향을 주는 의약품 사업은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현재 삼성바이오는 연산 36만ℓ 규모의 CMO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다수의 다국적제약사의 제품을 위탁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말 연산 18만ℓ 규모의 3공장을 완공하면서 생산능력 기준 세계 최대 CMO 업체가 됐다.
하지만 이번 회계 처리 논란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MO 수주전에서 신뢰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지난 2일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일부 언론이 사용한 '분식회계', '회계 사기' 등의 단어 사용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확보한 생산능력 대비 수주 물량이 적어 앞으로 적극적으로 수주 활동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강양구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연간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의 가동률이 1공장은 50% 초반 수준, 2공장은 60% 중후반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3공장은 오는 11월부터 가동될 예정이지만, 현재 수주한 CMO 위탁 계약은 1건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금감원과 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릴만한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는 데 있다.
기자회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금감원이 지난달 27일 발송한 질문서를 3일 뒤인 30일 접수했고, 접수한 다음날인 이달 1일 사전조치통보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감원이 답변서를 준비할 시간을 달라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급하게 일을 처리하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나 금감원에 확인한 결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26일 이메일을 통해 질문서를 받아 내용을 확인했다. 지난달 30일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등기를 통해 공식적으로 질문서를 접수한 날이다.
또 질문서를 발송한 것 자체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금감원 관계자는 밝혔다. 그는 1년 넘게 감리 절차가 진행돼왔기 때문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이 여러 차례 입장을 낼 수 있었다며 이에 마지막 질문서 발송 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규정을 활용하려 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이 요청해 질문서를 발송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금감원 측 입장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금감원이) 지난달 26일에 (질의서를 이메일로) 보낸 건 맞다"고 인정했다. 다만 금감원에서 보내는 서류의 공식 수령일은 등기 수령일이며, 통상적으로 답변 기간을 5영업일 정도를 줬다며 지난달 26일 회사가 질문서의 내용을 알았다고 해도 답변을 준비할 시간이 3영업일밖에 없었다고 항변했다.
앞서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 2015년의 재무제표를 작성하면서 삼성바이오에피스와의 관계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한 게 회계 기준 위반이라는 내용을 담은 사전조치통보서를 지난 1일 발송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관계회사가 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보유하고 있던 지분 91.2%의 가치를 취득원가에서 공정시장가치로 높여잡을 수 있게 돼서다. 이 효과로 지난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약 1조9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남겼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13~2017년 중 2015년을 제외하면 모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꿀 이유가 없다고 보고 회계 기준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자회사의 지위를 바꾼 건 대형 회계법인들의 의견에 따른 것으로 회계 기준을 위반한 게 아니라며 향후 진행되는 절차를 통해 회사의 입장을 전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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