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헌재 `체포영장으로 주거수색` 헌법불합치 결정
입력 2018-04-26 15:49 

건물 등에 숨은 피의자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압수수색 영장 없이 주거수색 등을 할 수 있도록 한 형사소송법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26일 헌법재판소는 서울고법이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중 제200조의 2에 대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는 위헌인 법률에 대해 법적 공백과 그로 인한 혼란을 피하고자 일시적으로 해당 법을 유지하는 결정을 의미한다. 이번 결정은 지난 2013년 철도노동조합 파업 당시 노조지도부를 체포하기 위해 진행된 경찰의 경향신문사와 민주노총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관련 사건이다.
헌재는 "단순 위헌 결정을 해 그 효력을 즉시 상실시킨다면 수색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해 피의자를 체포할 긴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에도 이를 허용할 법률적 근거가 사라져 법적 공백사태가 발생하게 된다"며 결정 배경을 밝혔다. 이어 "2020년 3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는 현 법령은 계속 적용 된다"고 설명했다. 시한까지 개선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음 날부터 법 조항은 효력을 상실한다.
심판대상조항은 피의자를 체포·구속할 경우 '필요한 때'에 영장 없이 타인의 집, 건물, 항공기 등에서 피의자를 수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별도로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를 구별하지 않고 피의자가 소재할 개연성이 있으면 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가 타인의 주거 등에 소재할 개연성은 인정되나 수색에 앞서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영장 없이 피의자 수색을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영장주의 예외 요건을 벗어난다"고 설명했다.
앞서 전국철도노동조합은 2013년 12월 9일부터 '철도산업 발전방안 철회'를 요구하며 파업을 진행했다. 이에 한국철도공사는 철도노조 집행부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집행부 10여명이 소환조사 요구에 불응하자 같은 달 16일 이들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는다. 그리고 같은 달 22일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 건물에 진입해 민주노총 사무실 등을 수색했지만 집행부를 발견하지 못했다.
파업 종료 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김정훈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은 항소심에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했고 당시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였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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