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열성 지지자들에 민주당 몸살
입력 2018-04-12 16:25  | 수정 2018-04-12 17:13

외유성 출장 의혹과 후원금 사용 논란으로 정의당을 포함한 야당으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보호하라는 강성 여당 지지자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이 몸살을 앓고 있다.
강성 지지자들이 민주당에게 "김 원장을 적극적으로 감싸야 한다"며 도가 지나친 항의를 하고 있는 탓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각종 당 사무실로 걸려오는 항의 전화에 업무를 보기가 어려울 정도"라며 "김 원장에 대한 야당의 공세에 적극 대응하라는 주문인데 가끔 욕설섞인 전화도 걸려온다"며 답답함을 전했다.
지난 11일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에게 "금감원장 심각합니다...청와대에"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 알려진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이런 열성 지지자들에게 비난의 대상으로 '좌표가 찍힌' 대표적 사례다. 트위터 등 SNS에서 자신을 문재인 대통령이나 민주당 지지자라 소개하는 이들은 김 의원에게 "당신은 도대체 머하는 사람이냐" "김 원장이 날아가면 당신 책임인 줄 알라"는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친문계로 분류되는 여당 의원들도 청와대와 다른 주장을 했다는 오해를 받게되면 이런 비난을 피해갈 수 없는 분위기다. 민주당 관계자는 "친문도 좌표가 찍히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열성 지지자의 항의에도 민주당은 '김기식 지키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기에는 부담스러운 분위기다.
여론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12일 오전에 열린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김 원장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것은 참석자 13명 중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가 유일했다. 우 원내대표와 김태년 정책위의장 등 여당 지도부는 이날 김 원장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여당 의원은 "국민 여론이 김 원장 사퇴로 기울고 있어 말을 아끼는 것 같다"고 했다.
특히 김 원장을 감싸는 청와대의 모습에 "저렇게 하면 모두 다 죽는다"며 답답함을 토로하는 여당 의원들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를 견제하지 못한 무기력한 여당도 국정농단을 초래한 원인 중 하나였다"며 "여당에게 무조건 'yes'만을 요구해선 안된다"고 했다.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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