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현대차그룹, `정정·당당` 지배구조 개편…정몽구·정의선, 세금만 1조 낸다
입력 2018-03-28 17:01  | 수정 2018-03-28 21:28
[매경DB]

현대자동차그룹이 대주주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한다.
대주주의 준법의지와 투명성, 주주친화 경영을 강조하기 위해 세금 회피·절감 편법을 쓰지 않고 정당하고 합당한 세금을 납부, 개편의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다. 이로써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세금만 1조원 넘게 내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28일 사업 및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현대차그룹 대주주가 순환출자고리 실타래를 풀면서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느냐에 있다.
이날 발표된 계획대로 현대모비스 및 현대글로비스 간 분할합병 등 사업구조 개편이 완료되더라도 기존 4개의 순환출자고리는 유지된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7월말 이후 변경상장이 완료되는 시점에 기아차,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하고 있는 존속 현대모비스 지분 전부를 매입할 계획이다.
주식 매입에 필요한 자금은 대주주가 합병 후 현대글로비스 주식 처분 등을 통해 마련될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 처분 과정에서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전례가 없는 규모의 양도소득세를 납부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양도세 규모가 해당 시점의 주식 가격, 매각 주식수에 따라 다르게 계산되겠지만 최소 1조원은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부터 대주주 대상 과세표준이 3억원 이상인 경우, 양도세율이 주식을 매각해 생긴 소득의 22%에서 27.5%(주민세 포함)로 상향 조정된 점도 반영됐다.
연간 국내 전체 주식시장에서 거둬들이는 주식 양도소득세 규모가 2조~3조(2016년 개인 기준)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낼 세금은 절반에 육박한다.
현대차그룹은 기업인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대주주의 적극적인 의지를 알리기 위해 이같은 정공법 카드를 뽑았다. 편법을 동원하지 않는 적법한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도 이 결정이 실(失)보다는 득(得)이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투명하고 공정한 지배구조 개편 절차를 택해 불필요한 소모성 논란은 줄이고 재편 취지에 대한 진정성은 부각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대주주가 사회적 책임을 위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기업 위상을 높일 수 있다. 주주에게도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는 원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결정은 투자·증권업계의 시나리오에서 벗어났다. 투자·증권업계는 최근까지도 현대차그룹이 일부 계열사의 투자 부분만을 따로 떼 지주회사를 만들어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지주사에 현물출자해 그룹 전체 경영권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경우 대주주가 바로 양도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돼 대주주의 초기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경영권을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조세특례제한법에서는 주주가 지주사에 현물출자를 하면서 발생하는 양도차익 금액에 대해서는 해당 주식을 처분할 때까지 양도소득세 과세를 이연해 주고 있다. 관련 규정은 올해 안에 일몰된다.
하지만 이 방식은 대주주가 세금 한 푼 안내고 회사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비판에는 자유롭지 못하다.
국내 많은 기업들이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면서 현물출자 방식을 취해 주주들과 시장으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야 했다.
현대차그룹이 추구하는 재편 과정은 대주주가 지분거래에 대한 막대한 세금을 납부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방식과 확실히 차별화된다.
현대차그룹이 현물출자 방식의 지주회사 전환 구상을 접고 현대모비스를 최상위 지배회사 체제로 구조 개편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현대차그룹이 시장에서 예측했던 지주사 체제로 지배구조를 개편할 경우 대주주가 훨씬 더 적은 비용으로 지주회사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대주주는 최상위 회사 지분율 하락을 감수하더라도 대규모 세금을 내고 사회적 명분을 쌓을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최고 경영층이 자발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함에 따라 적법하고 정당한 지배구조 개편 방식을 마련할 수 있었다"며 "이번 개편 안이 사회적 지지를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주주들과 시장에 적극적으로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대주주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강한 의지는 정몽구 회장이 2007년말 설립한 '현대차 정몽구 재단'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정몽구 재단은 정몽구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현대글로비스 주식 등 총 8500억원 규모의 사재 출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내 5대 그룹 내 공익재단 중 순수 개인 사재로만 운영되는 재단은 현대차 정몽구 재단이 유일하다.
정몽구 재단은 지난 10여년 동안 미래인재 양성, 소외계층 지원, 문화예술 진흥 등을 적극 펼쳐 국내 대표 사회공헌 재단으로 자리잡았다. 재단은 사회공헌 사업에 총 1389억원을 투입했다. 수혜자는 54만명에 달한다.
[디지털뉴스국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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