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단독] "금리역전, 쇼크 없을 것…韓채권 매력 여전"
입력 2018-03-25 18:25 
'320조 채권 큰손 美캐피털그룹' 나이트하르트 전략리서치 회장
"글로벌 투자자들이 채권 투자 비중을 전반적으로 축소하고 있지만 올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국채는 여전히 유망하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면 이머징마켓, 특히 아시아 금융시장은 크게 위축된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이 과정에서 달러 강세까지 수반되면 체력이 모자란 신흥국들이 외채 상환 능력 부족으로 나가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994~1995년, 1999~2000년, 2004~2006년 등 미국 금리 인상기마다 겪었던 신흥국의 경험칙이다. 멕시코, 러시아, 브라질, 심지어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 세계에서 3050억달러(약 320조원·지난해 말 기준) 규모 글로벌 채권 투자를 하고 있는 미국의 큰손 투자자 캐피털그룹의 로버트 나이트하르트 전략리서치 회장은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고 말했다. 지난주 방한해 매일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한 그는 미국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이머징마켓 채권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에 대해 "과거와 달리 이머징마켓의 거시경제 펀더멘털이 좋고, 외채 상환 능력이 개선됐다"며 "심지어 남미 채권도 장단기물의 미스매치가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캐피털그룹에서 운용하는 모든 자산에 대한 전략리서치를 총괄하고 있는 나이트하르트 회장은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국 채권, 특히 한국 시장에 정통한 베테랑이다. 1996년부터 2001년까지 한국 채권시장 애널리스트를 맡았던 나이트하르트 회장은 한국물 국채 금리가 20%에 이르던 시절부터 시작해 2%대로 떨어질 때까지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그는 "1996년 이후 한국 시장의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며 "최근 한국에서 얘기하는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한 위기설은 과장됐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한 외부 충격이 한국 시장을 흔드는 구조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다만 한국 내부에서 가계부채 등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게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아픈 지적을 내놓았다. 나이트하르트 회장은 "1997~1998년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장단기 외채의 미스매치였는데 지금은 그런 문제가 없고, 외환보유액도 넉넉하다"며 "심지어 한국 사람들이 많이 걱정하는 고령화 문제나 생산성 저하 등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겪고 있는 터라 큰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과도한 가계부채와 그로 인해 한국은행이 금리를 섣불리 올리지 못하는 사이에 부채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 국채 금리는 오르고 있는데 달러는 여전히 약세를 유지하고 있는 수수께기 같은 상황, 여기에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도 우리가 쉽게 따라갈 수 없는 상황까지 맞물리면 외국인이 보기에 한국 채권은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그의 말이 쉽게 이해가 된다. 약달러 덕분에 이머징마켓 통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금리 인상이 더디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채권 수익률 극대화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캐피털그룹도 애널리스트 등 많은 인력을 투입해 한국 채권과 주시시장을 분석하고 있지만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한 채권시장 붕괴는 말 그대로 '테일리스크(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위험)'라고 보고 있다"며 "당장 쇼크는 없겠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중앙은행이 점점 발을 빼는 그런 불안한 상황에 처해지기 전에 미리 부채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예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