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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 명예기자 리포트] 낙후된 서울·용산역…도심 허브기능 `상실`
입력 2018-03-15 17:59  | 수정 2018-03-15 20:07
◆ 도시가 미래다 리빌딩 서울 ① ◆
도시 재생을 하겠다고 한다. 재생의 개념이 모호하다. 무엇을 살린단 말인가. 피부 재생은 죽은 세포를 대신해서 새로운 세포가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이다. 도시 재생에서 재생은 사람들이 떠나 죽어가는 도시 공간에 사람들이 다시 찾아올 수 있도록 숨을 불어넣는 일일 것이다. 서울을 재생하겠다면 역세권부터 해야 하는 이유다.
교통 요충지, 사람들이 모여드는 중심이 돼야 할 서울역과 용산역 역세권은 복합역사와 주변 지역이 유리된 채 낙후돼 활력을 찾아볼 수 없다. 철로 양단은 역사를 통과하는 동선으로 계단을 오르내리며 연결돼 있다. 영국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역세권은 사람이 모여드는 도심 내 혁신과 생산·소비의 중심지다. 반면 서울역과 용산역은 광폭의 도로로 둘러싸여 주변 지역과 단절된 섬이 돼 버렸다.
서울역 정문 앞 계단을 내려가면 바로 도로가 가로막고 있다. 건너편 건물로 가려면 한 세대 전 풍경의 좁은 지하도를 통과해야 한다. 도쿄역은 개조 후 호텔로 이용되고 있지만 서울역은 전시 공간으로 쓰인다. 엄청난 노력과 애정이 담긴 서울로 7017 보행다리는 서울역을 스쳐 지나가고 만다. 곁에 있어도 따로따로다. 이러면 오가는 사람이 불편해진다. 머물지 않고 지나가버리는 곳이 서울역이다.
용산역 전면 지역은 재개발이 많이 진행돼 최신식 고층 건물들이 한강로 너머까지 솟아 있다. 대부분 주상복합 아파트다. 연결은 전혀 없고 각자 따로 서 있다. 역 앞 넓은 광장은 도로에 둘러싸인 채 누런 잔디만 깔려 있다. 용산역 역사와 뒷면 우리나라 최대의 호텔은 가설재료로 만든 브리지로 연결된다. 넓은 용산역 후면 용지는 10년째 황량하게 마른 풀숲만 펼쳐져 있다. 역사와 바로 인접한 건물들은 노후가 심각해도 개발은 엄두도 못 내고 흘러간 시대의 잔영을 드리우고 있다. 두 역은 광역철도 거점으로 한 세기 동안 도시 간 이동 수단으로 쓰였다. 이제는 도시철도로서 도시 내 중심 공간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때다. 벌써 10여 년 전에 됐어야 했다.
4차 산업혁명과 초연결사회를 맞는 도시의 중요성에 대해 리처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 교수는 "세계는 뾰족하다(The World is Spiky)"고 강조했다. 모든 것이 중심 도시, 도시의 중심부로 집중되고 집적되는 현상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도시 집중 현상은 지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중심 역세권은 집중의 핵으로 기능할 중요한 지점들이다. 사람들이 쉽게 모여들고 활동하는 곳에는 다양한 용도의 실내외 공간들이 필요하다. 사회적 변화, 라이프스타일 변화,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생겨나는 새로운 공간 수요를 담을 수 있는 활용도가 높은 공간들이 있어야 활력이 넘친다.
[김승배 명예기자(피데스개발 대표)][ⓒ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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