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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구’ 패전투수 사상 최초 나온다
입력 2018-03-09 06:00 
올시즌부터 KBO리그에도 자동 고의4구가 시행된다. 사진=옥영화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최민규 전문위원] 올시즌부터 한국 프로야구 경기에도 자동 고의4구가 시행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5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규칙위원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지난해부터 자동 고의4구를 도입했고, 일본프로야구는 KBO보다 조금 앞선 지난 1월에 2018년 시즌부터 이를 채택하기로 했다. 수비 팀은 위기 상황에서 공 4개를 던질 필요 없이 고의4구로 타자를 1루에 내보낼 수 있다.
이에 따라 2013년 준플레이오프 2차전과 같은 고의4구 폭투 같은 진귀한 장면은 더 이상 야구장에서 볼 수 없게 됐다. 폭투 뿐 아니라 고의4구 보크도 사라진다. 1960년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나가시마 시게오는 한 시즌에 세 번이나 고의4구를 위해 던진 공을 때려내 안타로 만들었다. 나가시마의 기록은 영원이 깨지지 않는다.
자동 고의4구 도입으로 달라지는 건 또 있다. 공식 기록 표기법이다. 고의4구 규칙 변경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찬반양론이 있다. 효과 여부를 떠나 규칙이 변경된 만큼 자동 고의4구를 기록하는 새로운 방법이 필요해진다.
야구 기록지의 타석 란은 왼쪽에 투구(볼, 스트라이크, 파울 등)를, 오른쪽에 출루와 주루 상황을 표기한다. 지금까지 스트레이트 고의4구일 경우에는 왼쪽에 볼 표시를 4개 하고 오른쪽에 IB라고 표기했다. IB는 ‘Intentional Base on Balls의 약자다. KBO 기록위원회는 규칙 변경에 따라 새 기록법을 정리했다.
김제원 KBO 기록위원장은 자동 고의4구에서 투구 수는 0개로 카운트된다”며 초구를 던지기 전에 고의4구 사인이 나왔을 경우 왼쪽 사각형에는 볼과 관련된 기호를 하나도 기록하지 않는다. 다만 초구를 던진 이후 고의4구 사인이 나왔다면 사인이 나오기 전까지 상황만 기록된다”고 설명했다.
기존 고의4구와 구분을 위해 왼쪽 4각형에는 IB에 ‘x자를 붙인다. 김 위원장은 12초 룰 위반으로 인한 볼에는 ‘v자를 붙여 구분한 것과 비슷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12초 룰 위반으로 인한 볼도 투수의 투구 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자동 고의4구 도입으로 22년 만에 깨질 기록이 하나 있다. 최소 투구 패전이다. 1996년 5월 3일 잠실구장에서 OB 투수 김경원은 LG를 상대로 3-3으로 맞선 9회말 구원 등판했다. LG 선두 타자 김재현은 김경원의 초구를 강타해 끝내기 우월 솔로 홈런을 날렸다. 이 경기로 김경원은 프로야구 최초로 공 1개만 던진 패전 투수가 됐다.
김경원 이후 투구수 1 패전 투수는 12명이 더 나왔다. 하지만 투구 수 0개인 패전 투수는 지금까지 한 명도 없었다. 규칙상 불가능했다. 패전 기록의 기준은 출루시킨 주자의 득점이다. 보크나 견제사 등 투구 없이도 주자가 진루할 수는 있다. 하지만 투수가 공 1개도 던지지 않고 타자 주자를 출루시킬 수는 없다.
올해부터는 가능하다. 구원 투수가 9회말 주자 없는 동점에서 등판해 첫 타자에게 볼카운트 0-0에서 자동 고의4구를 내 준 뒤 바로 강판된다. 그리고 다음 투수가 2루타를 맞아 이 주자가 홈을 밟는다면 ‘투구 수 0 패전 기록이 앞 투수에게 주어진다. didofidomk@naver.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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