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터질 게 터졌다" 의료계도 미투 가세…서울대·아산병원서 시작
입력 2018-03-08 14:08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서울대병원·아산병원을 시작으로 의료계까지 번졌다. 조짐은 미투 운동이 한국에서 번지기 전부터 한림대성심병원의 재단이 소속 간호사들을 재단 행사에 동원해 선정적인 공연을 하도록 강요했을 때부터 보였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교실 기획인사위원회 소속 교수 12명은 "동료 A교수가 그동안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생, 병원 직원들을 상대로 성희롱과 부적절한 성적 행위를 하고, 환자에게 마약성 진통제를 과도하게 처방한 의혹이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A교수는 지난 2013년 10월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워크숍에서 여러 명의 간호사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 장시간에 걸쳐 성희롱이 포함된 발언을 해 문제가 됐다. 당시 A교수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간호사는 충격으로 서울대병원이 위탁 운영하고 있는 보라매병원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결국 사직했다.
서울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교실 교수들은 A교수가 지난 2014년 연구원, 간호사, 전공의, 임상강사 등 여러 직종의 여성을 대상으로 부적절한 성적 행동을 반복했다는 투사가 대학본부의 인권센터에 접수돼 조사를 받았지만, 아무런 후속조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에도 A교수가 지도하는 학생들과의 모임 중 술에 취한 여학생들에게 성희롱이 포함된 발언한 게 드러나 학부모 요청으로 지도교수에서 배제됐다고 덧붙였다.
A교수는 현재 폭로된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대병원 측은 의사직업윤리위원회에서 관련 내용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산병원에서 나온 제보는 20여년 전의 일이다. 현재 미국에서 의사 생활을 하고 있는 제보자는 국내 언론을 통해 지난 1999년 서울아산병원 B교수가 술자리에서 자신에게 집중적으로 술을 먹인 뒤 호텔로 데려가 성폭행을 시도했다고 폭로했다. 현재 B교수 역시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개인이 아니라 조직이 여성 보건의료 종사자에게 성폭력을 가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11월 한림대성심병원 간호사들이 재단 행사에 동원돼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선정적인 춤을 추고 있는 사진이 공개된 바 있다. 당시 한림대성심병원 소속 간호사라고 밝힌 네티즌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병원 측이 간호사들을 차출해 오디션까지 본 뒤 행사를 준비시킨다고 주장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 현장은 여성종사자 비율이 높은 데다 폐쇄적인 병원 문화와 도제식 교육 방식으로 인해 은폐되는 일이 많다며 오히려 피해자가 불이익을 받기 십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전국 보건의료노조는 미투 운동을 확산시키기 위한 '성희롱·성폭력 제로(ZERO)' 캠페인에 나섰다. 우선 다음날까지를 성희롱·성폭력 피해신고기간으로 정하고 각 지부에서 신고서를 접수받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1993년 성폭력특별법 제정, 2005년 남녀고용평등법 개정 등 법 환경이 변화하고 젠더 민주주의의가 강화됐지만 여전히 병원현장에서는 성희롱, 성폭력 사건이 빈번하다"며 "권력에 기반한 성폭력의 피해자들은 2차, 3차 피해를 당하기도 하고 도리어 가해자의 협박을 받기도 한다. 피해자를 위한 제도적 보호장치는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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