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주주총회 집중일 개최 사유신고 공시 실효성 논란
입력 2018-03-06 11:26 

최근 상장사들이 잇달아 '주주총회 집중일 개최 사유신고' 공시를 내놓고 있다.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의 주총 분산을 독려하고 있지만 상장사들은 여전히 주총 집중일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해당 공시의 실효성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전날까지 주주총회 집중일 개최 사유신고 공시를 낸 곳은 총 250여곳이다. 코스피 상장사 101곳과 코스닥 상장사 149곳이다.
지난해 말 금융위는 12월 결산법인의 정기 주주총회가 집중되는 이른바 '슈퍼 주총데이'를 해소하기 위해 주총 분산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가동, 주총 집중일에 주총을 열고자 하는 상장사에 대해 사유를 공시하도록 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주총 집중일에 총회를 여는 경우 주주에게 사유를 설명하도록 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이는 24년 만에 의결권 대리행사(섀도보팅)가 폐지되면서 정족수 미달로 인해 주주총회가 무산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처였다. 섀도보팅은 소액주주가 주총에 참석하지 않아 주총이 열리지 못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한국예탁결제원이 대신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인데, 작년을 끝으로 일몰됐다.

현행법에서는 보통결의 안건의 의결정족수를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주총에선 소액주주 참석률이 극히 떨어진다. 섀도보팅이 폐지된 현 시점에서 의결정족수 확보를 위해 상장사들이 자연스럽게 주총일을 분산할 것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었다.
금융당국은 상장사가 주총 자율분산 프로그램에 참여할 경우 불성실공시 벌점 감경, 공시우수법인 평가 가점, 전자투표·전자위임장 수수료 1년간 30% 인하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럼에도 실무자들은 주총 분산 자율준수 프로그램이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제도라고 입을 모은다. 취지는 좋지만 그 방법에 있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유가증권 상장사 IR담당자는 "집중일에 개최를 하더라도 이에 대해 사유만 신고하면 되고, 그에 따른 페널티는 전혀 없다"면서 "의결정족수 확보에 어려움이 없는 상장사 입장에서는 굳이 집중일을 피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의안을 의결해야 하는 상장사 입장에서는 소액주주의 주총 참여가 늘어나면 예측 불가능한 잡음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상장사들은 오히려 주총이 집중되는 날에 주총을 열어 주주들을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선호하기도 한다.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는 경우도 있다. 대기업이 아닌 코스닥 상장사의 얘기다. 한 코스닥 상장사 IR담당자는 "현행법에 따르면 정기 주총 6주 전까지 감사보고서를 마무리해야 한다"면서 "외부 감사인은 한정적인데 이들은 모두 대기업부터 우선적으로 감사해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감사보고서 제출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대기업에 앞서 감사를 받기 위해서는 1월 초에 재무제표 작성을 완료해야 하는데 이 역시 회계 여력이 마땅치 않아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 담당자는 "최근 주주총회 집중일 개최 사유신고 공시를 냈는데 주주들에게 항의 전화를 받았다"면서 "사유를 밝히라고 해서 공시를 내놓긴 했으나 오히려 투자자에게 신뢰를 잃어버리고 있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디지털뉴스국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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