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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로저스, 2017년 속구 스피드는 얼마였을까?
입력 2018-03-04 06:00  | 수정 2018-03-04 10:51
넥센 히어로즈에 입단한 에스밀 로저스. 사진=김재호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최민규 전문위원] 넥센 히어로즈는 지난해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가을야구 복귀에 키를 쥐고 있는 선수는 오른손 투수 에스밀 로저스(33)다.
지난해 넥센의 팀 득점은 3위. 그러나 팀 평균자책점은 5.06으로 7위에 처졌다. 로저스에게 전성기 앤디 밴 헤켄의 역할을 기대하는 게 넥센이 150만 달러를 투자한 이유다.
2015년 후반기 한화의 로저스라면 충분하다. 8월 6일 데뷔 뒤 4경기에서 세 번 완투승을 따냈고, 이 중 두 번은 완봉이었다. 딱 10경기만 뛰고도 웬만한 팀의 2번 선발투수와 비슷한 팀 공헌도를 보였다. 하지만 이해 혹사의 여파로 이듬해 팔꿈치 수술을 받고 KBO리그를 떠났다. 로저스는 올해 부상 후유증을 털어낼 수 있을까.
지금 로저스는 넥센의 미국 애리조나 캠프에서 뛰고 있다. 아직 시즌 개막까지는 한 달이 안 남았다. 지금의 투구로는 정규시즌의 로저스를 가늠하기 어렵다. 그래서 지난해 로저스의 투구 기록과 부상 전의 투구를 비교했다.
로저스는 2016년 6월 한화에서 자유계약선수로 풀린 뒤 오른쪽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수술로 1년 가까이를 휴식과 재활로 보낸 뒤 2017년 8월 1일 워싱턴 내셔널스와 계약하고 마운드에 복귀했다.
산하 프리플A팀 시라큐스 치프스 소속으로 7경기에 등판해 3승 2패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했다. 하지만 경기 기록으로 구위는 알 수 없다. 트리플A 구장에도 투구추적시스템인 트랙맨이 설치돼 있다. 이 시스템은 지난해 로저스의 656구 중 459구를 추적했다. 656구 가운데 속구(포심패스트볼)은 모두 201개. 평균 구속은 시속 146.3km로 측정됐다. 최고 구속도 시속 150.8km에 그쳤다.
2009~2015년 메이저리그에서 로저스의 속구 평균 구속은 시속 153.2km였다. 이보다 시속 6.9km가 느리다. 다만 로저스는 메이저리그 통산 210경기에서 대부분 구원 투수로 뛰었다. 구원 등판 때는 구속이 선발 때보다 빨라진다. 2015년 한화 시절 로저스의 딱 한 경기가 트랙맨 시스템에 잡힌 적이 있다. 9월 8일 잠실 LG전이다. 이 경기에서 로저스는 128구를 던졌고, 속구는 63개였다. 속구 평균 스피드는 시속 151.2km. 최고는 시속 154km였다. 63구 중 54구가 시속 150km를 넘겼다. 이 경기에 비해 지난해 트리플A 평균 구속은 시속 4.9km 느려졌다.
측정 방식은 다르지만 KBO리그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2015년 로저스의 속구 평균 구속은 시속 149.1km였다. 하지만 팔꿈치에 이상을 느낀 2016년에는 시속 145.5km로 3.6km 감소했다. 속구 스피드 면에서 2017년의 로저스는 2015년보다는 2016년의 그에 더 가깝다. 이해 로저스가 6경기 37⅔이닝 동안 기록한 평균자책점은 4.30이다.
에스밀 로저스의 구종별 구속 및 투구 빈도

투구 스피드 외에도 달라진 게 있다. 강속구 비중이 줄어든 체인지업과 커터를 예년보다 더 자주 던졌다. 구속 저하에 따른 대응으로 보인다. 한화 시절에도 2015년에 비해 2016년 체인지업 구사율이 크게 높아졌다. 커터의 경우 슬라이더의 위력 감소와 연관될 수 있다. 로저스의 슬라이더는 2015년 KBO리그에서 가장 빼어난 구종으로 꼽혔다. 이 구종 피안타율은 0.144로 그야말로 ‘마구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6년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0.320으로 치솟았다.
로저스는 9월 확대 엔트리로 메이저리그 복귀를 노렸지만 무산됐다. 소속팀 워싱턴은 메이저리그 최강 선발진을 보유한 팀이다. 시즌 뒤 로저스는 모국인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돌아가 윈터리그에서 7경기 뛰었다. 소속팀 산토도밍고 리세이의 개막전 선발 투수를 맡았을 만큼 평가는 높았다. 개막전에서 상대팀 아길라스의 3루수는 강정호였다.
로저스는 리세이에서 6경기 32이닝을 던지며 3승 2패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리그 평균보다 다소 좋지만 선발 등판 평균 5이닝을 겨우 넘기는 데 그쳤다. 로저스는 지난해 말 넥센과의 계약이 알려진 뒤 현지 언론 ‘엘 카리브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수술을 받은 투수다. 구단 쪽에선 100% 상태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내가 많은 공을 던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로저스는 지금 넥센의 미국 애리조나주 캠프에 합류해 정상적으로 투구하고 있다. 몸 상태와 투구 스피드는 더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트리플A에서의 구위는 넥센이 기대하는 에이스와는 거리가 있었다.
물론 구위는 투수에게 전부가 아니다. 2017년 로저스의 투구 데이터에서 인상적인 부분이 있다. 체인지업을 던졌을 때 좌타자에게 41.7%, 우타자에겐 무려 83.3% 확률로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로저스는 트리플A 기준으로 평범한 구위로도 9이닝당 삼진을 9.3개나 잡아낸 이유기도 하다. 10K 경기도 두 번 치렀다. 제구력 향상도 눈에 띈다. 9이닝당 볼넷을 1.4개밖에 내주지 않았다. 그의 트리플A 통산 기록(3.2개)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2018년 로저스는 2015년과 다른 방식으로도 엘리트 투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didofidomk@naver.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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