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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강 멀어진’ 삼성·오리온이 부족한 동기부여를 채우는 법
입력 2018-02-05 16:37 
서울 삼성이 4일 1위 DB의 연승행진을 멈춰세웠다. 사진(잠실실내)=김재현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6강 진출은 힘들어졌지만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7위 서울 삼성과 9위 고양 오리온에게 주어진 남은 목표는 무엇일까.
지난 시즌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던 삼성과 오리온. 5일 현재 순위는 초라하다. 삼성은 19승23패 승률 0.452로 7위를 달리고 있고 오리온은 12승29패 승률 0.293으로 9위에 올라있다. 이들 사이와 더 밑에 창원 LG(8위)와 부산 KT(10위)가 자리하고 있지만 지난 시즌도 하위권이었던 이들 두 팀에 비해 삼성과 오리온은 순위에 있어 적지 않은 이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
더 큰 문제는 목표와 동기부여다. 삼성과 오리온 양 팀 모두 6강 진출이 산술적으로는 쉽지 않다. 삼성이 다소 나은 상황이라지만 지난 2일 당시 6위 인천 전자랜드에게 완패하며 사실상 진출이 어려워졌다. 공동 5위 전자랜드와 안양 KGC인삼공사의 5일까지 성적은 23승19패 승률 0.548로 삼성과는 4경기차다. 10경기 전후로 남은 리그일정을 감안했을 때 이를 뒤집기란 냉정하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2할대 승률인 오리온은 5위권과 10경기 이상 차이가 난다.
플레이오프인 6강 문턱에 오르기가 어렵다. 시즌은 막바지. 자연스럽게 양 팀 모두에게 남은 시즌은 쉽지 않은 여정이 된다. 팬들도, 선수도, 동기부여를 찾기 어렵다. 줄어드는 관심은 물론 경기력도 고민 하지 않을 수 없다. 상위권 팀들이 이들과의 대결서 지지 않기 위해 더욱 투지를 불태우는 분위기가 이어지기에 여러 어려움에 동시 직면하게 된다. 1일 KGC와 홈 경기를 앞둔 추일승 오리온 감독 역시 겨울이 길고 춥다. 지금(시즌 말미) 시기는 하위권과 상위권의 분위기가 극명하게 갈린다”며 동기부여 결여를 우려하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양 팀이 보여준 지난 경기는 결과와 내용에서 큰 의미를 남기기 충분했다. 오리온은 1일 KGC와의 홈경기에서 106-90으로 승리했다. 갈 길 바쁜 KGC에 제대로 고춧가루를 뿌린 것. 삼성 역시 4일 원주 DB와의 홈경기서 102-87로 승리했는데 이날 경기 전까지 DB는 13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DB의 거침없는 연승행진을 삼성이 막아 세운 것이다.
내용도 인상 깊었다. 오리온은 초중반까지 크게 밀렸지만 3쿼터 후반 반전된 경기력으로 적지 않은 점수 차를 뒤집었다. 삼성은 김동욱, 문태영 주축선수들이 대거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국내선수들이 집중력으로 거함 DB를 잡아냈다. 이상민 삼성 감독은 경기 전 차 포 떼고 한다”고 울상을 지었지만 다른 선수들이 120% 실력을 발휘하며 극적인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9위로 쳐져있지만 오리온 또한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사진(고양)=김재현 기자
겨울이 길고 춥다”며 동기부여를 걱정한 추 감독도, (6강을) 포기하지 않겠지만 쉽지 않은 게 사실”라며 아쉬워한 이 감독도 만족할 만한 경기내용이었다. 추 감독은 시즌 후반 자칫 팀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는데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줬다”고 했고 이 감독은 국내선수들이 200% 해줬다”고 반색했다. 경기력, 투지 등 사령탑이 원한 부분들을 선수들이 직접 만들어낸 데 대한 만족이었다.
선수들 역시 더욱 집중력을 다졌다. 오리온 허일영은 6강에 떨어지게 돼 아쉬움이 크지만 팀으로서 목표를 세운 게 있다”며 아직 한 번도 못 이긴 팀들이 있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꼭 한 번은 이겨야하지 않겠나. 팀이 원사이드하게 진 경기가 거의 없다. 마지막까지 (고춧가루 부대로서) 물고 늘어지는 재미있는 경기를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삼성 이동엽-천기범-장민석은 오늘 동욱이형과 태영이형이 못나오기에 더 최선을 다 하자고 했는데 결과가 좋아 기분 좋다”고 이구동성 입을 모았다.
주축선수들이 부재하고 동기부여도 떨어지는 상황이지만 양 팀 선수들 사이에서 똘똘 뭉치는 집중력이 발휘되고 있는 것. 경기력도 덩달아 상승하며 상위권 팀에게 고춧가루를 뿌리니 순위싸움에 변수는 물론 팬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올 시즌 프로농구 흥행악재로 일찌감치 갈린 순위경쟁이 꼽히고 있다. 6강에 진출할 팀이 쉽게 예상된다는 이야기인데 7위 삼성이 멀어지며 이는 더욱 공고해졌다. 그렇기에 삼성과 오리온의 지난 주 경기력은 프로농구 전체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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