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중동서 승기 잡은 푸틴…터키와 이집트, 푸틴의 품속으로
입력 2018-01-30 16:16  | 수정 2018-01-30 17:32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동에서 급속도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親) 이스라엘 정책으로 아랍 국가들이 미국으로부터 등을 돌린 사이 '옛 미국 친구'들을 포섭하며 친러 벨트 구축에 나선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1일 시리아 공군기지를 전격 방문한 뒤 이집트 카이로에서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그는 이집트 방문을 마치자마자 터키로 날아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만나 예루살렘 사태, 시리아 내 전 등 중동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이번 방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선언해 이슬람권 국가로부터 맹비난을 받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터키와 이집트가 전통적 친미국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터키는 반(反) 러시아 군사협력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회원국, 이집트는 1970년대부터 미국의 돈독한 우방이기 때문이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푸틴 대통령의 이같은 광폭행보는 몇년전 까지도 상상할 수 없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현재 터키와 이집트는 예루살렘 선언을 두고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의 키를 쥐고 있다는 점에서 존재감이 더욱 돋보인다. 시리아 내전은 터키, 이란, 사우디 등 거의 모든 인접국들이 얽힌 중동 분쟁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2015년 시리아 정부군을 돕기 위해 공습을 시작한 나선 반면 미국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지 않으면서 주도권을 잃었다.

흥미로운 점은 '친(親)미' 국가이자 시리아 반군 편에 있는 사우디도 러시아에 기대고 있다는 것이다.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는 시아파 이란이 시리아에서 세력을 확대하는 것을 우려한 나머지 러시아와 조기 평화회담을 모색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미국과의 대화는 시리아 내전에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하기도 했다. 지난해 초부터 터키는 미국을 배제한채 러시아, 이란과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한 릴레이 회담을 열고 있다.
최근에는 이-팔 갈등에도 손을 뻗치면서 '중동 해결사'를 자처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사프론코프 유엔 주재 러시아 부대사는 지난해 1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러시아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 '정직한 중재자'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7일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통화하며 예루살렘 사태를 논의한 것의 연장선이다.
푸틴 대통령은 시리아 공군기지를 방문한 11일 "러시아군이 임무를 모두 완수한 만큼 집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철수를 선언했다. 시리아 내전 개입 2년 만에 러시아의 완승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러시아의 이같은 발언은 15년째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발이 묶여있는 미국의 모습과 대조를 이뤘다.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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