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1월 23일 뉴스초점-아직 무서운 공중화장실
입력 2018-01-23 20:11  | 수정 2018-01-23 20:41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엔, 옆 계단에 혹 누가 없나 살펴보고 타야 합니다. 혹여 수상한 사람이 타면 벽을 등진 채 버튼 옆에 서 있어야 하고 전화 통화하는 척하지 말고, 밤길을 갈 땐 사람이 많거나 편의점이 있는 밝은 길로 걸어갑니다. 경찰에서 얘기하는 여성 범죄 예방법입니다.

그런데, 이를 어쩌죠. 엘리베이터는 물론이고, 안전하다던 편의점 주변에서도 사건이 터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아시다시피, 일주일 전엔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여성이 화장실에서 괴한에게 습격을 받아 두개골이 골절됐습니다. 또, 그에 앞서 온 국민의 공분을 샀던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도 온 국민이 공분했지만 그때뿐, 범죄는 전혀 줄어들질 않았습니다. 2016년 한 해 동안 공중화장실에서 발생한 범죄는 2,050건에 달했고, 이 중 살인이나 강도·강간 등의 강력범죄가 169건, 폭력범죄도 232건이나 됐거든요.

물론, 정부와 지자체도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뒤따라 오진 않는지 확인할 수 있게 출입문에 안심 거울을 달고, 화장실 내에 비상벨도 설치하고…. 하지만 경찰서와 한참 떨어진 데다, 비상벨은 툭하면 고장이니, 안심 거울 하나 단다고 범죄가 줄어들까요?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대부분 국가의 공중화장실은 유료로 운영됩니다. 여기에, 체코는 관리자를 상주시키고, 벨기에는 한쪽 구석이 아닌 누구나 볼 수 있는 탁 트인 공간에 이동식 오픈 화장실을 설치하죠. 범인의 접근 자체를 어렵게 해 범죄를 미리 차단하는 겁니다.

CCTV는 범죄를 예방하는 게 아니라 범죄를 확인할 뿐이다고 하죠. 사후약방문이 아닌,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무서워서 화장실도 못 가는 나라에서, 안전한 대한민국을 운운할 수는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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