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에틸렌값 고공행진에 정유사도 노리는 NCC…ECC와 경쟁은?
입력 2018-01-23 14:38  | 수정 2018-01-30 15:08

에틸렌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정유업체의 납사분해설비(NCC) 사업 진출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화학업계는 이미 갖고 있는 NCC 증설에 나섰다. NCC는 원유정제 부산물인 납사를 분해해 에틸렌 등 석유화학제품의 원료를 만드는 설비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북미지역에서 셰일가스 부산물인 에탄을 분해해 에틸렌을 만드는 설비(ECC)의 신규 가동이 이어지면서 향후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제유가가 오를수록 ECC의 원가경쟁력이 NCC보다 높아진다.
22일 정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에틸렌 가격은 t당 1307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7월 t당 872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반년만에 50% 가량 오른 것이다. 같은 기간 에틸렌을 만드는 업체들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스프레드는 t당 454달러에서 702달러로 55% 확대됐다.
에틸렌 가격이 오른 이유는 공급이 부족한 데 있다. 지난 몇 년동안 글로벌 화학업계는 에틸렌 생산설비 증설에 소홀했다. 경기가 부진했던 탓이다. 하지만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기초소재의 공급이 달리기 시작했다. 단기적 요인으로는 지난해 여름 미국 남서부 지역을 휩쓴 허리케인 하비가 이 지역에 밀집된 석유화학설비를 망가뜨려 에틸렌 가격이 더 가파르게 올랐다.

이에 국내 화학업계는 앞다퉈 NCC 증설에 나섰다. 국내 화학 빅2인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국내에서 연간 에틸렌 생산규모를 각각 23만t과 20만t 늘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한화토탈의 연간 에틸렌 생산량도 31만t 늘어날 예정이다. 이에 더해 롯데케미칼은 우즈베키스탄, 말레이시아, 미국 등 해외에서 ECC를 포함해 연산 200만t 이상의 에틸렌 생산 설비를 구축해가고 있다.
정유업체들의 NCC 사업 진출설도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정유업체들이 NCC를 운영하면 원유를 정제한 뒤 나오는 납사를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정유업체 입장에서는 화석연료의 대체재를 개발하는 움직임이 활발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게 절박하기도 하다.
현재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가 NCC 사업 진출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계열사인 SK종합화학이 NCC를 가동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현재 울산에 잔사유 고도화설비(RUC)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설비(ODC)를 짓는 중이다. 올레핀은 NCC의 생산물과 이를 가공해 만든 화학소재들을 뜻한다.
다만 최근 북미지역에서 ECC 가동이 이어지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까지 북미지역에서 가동을 시작했거나 시작할 예정인 ECC 규모는 전 세계 시장의 10% 가량인 연산 950만t에 달한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게 되면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NCC와 ECC의 원가 경쟁력은 국제유가에 따라 갈린다. 화학업계는 배럴당 65달러를 기준으로 그 이하에서는 NCC가, 그 이상에서는 ECC가 각각 더 높은 원가경쟁력을 갖는다고 추정한다. 브렌트유 기준 국제유가는 지난해 6월 배럴당 44.82달러를 저점으로 꾸준히 올라 최근 70달러선을 넘나들고 있다.
다만 ECC 설비 규모가 늘어나도 NCC의 경쟁력이 유지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ECC의 생산물은 80% 이상이 에틸렌이지만, NCC에서는 30~40%의 에틸렌에 더해 프로필렌·부타디엔 등 다양한 소재가 생산되기 때문이다. 다양한 소재가 생산돼 에틸렌 시황이 꺾여도 다른 제품군에서 만회할 여지가 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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