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日, 위안부합의 이행 입장 명확, 현재는 한국도 크게 기대 안해"
입력 2018-01-23 09:48 
작년 7월 이수훈 주일대사(당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외교안보분과 위원장)이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던 모습.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는 최근 한국 기자들과 만나 "한일 위안부합의와 관련해 일본 아베 정부 내각에서는 한치의 틈도 없을 만큼 합의 이행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한국 정부가 일본의 (추가 조치 등)에 대해 크게 기대하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대사는"위안부 합의는 봉합된 상태이며 우선 상처를 덧나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는 장기적 관점에서 양국이 접점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 총리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석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며 참석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지난해 10월 주일 대사에 임명된 이 대사는 한일 위안부합의 파동 이후 경색된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기자 간담회가 이뤄진 당일에도 오시마 타다모리 일본 중의원 의장을 예방하며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평균 하루에 6개 일정을 소화한다는 이 대사는 "현재 일본 정부는 위안부합의 문제에서 단 1mm도 움직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우선 정치인을 중심으로 만나 일본 정부의 강경한 태도가 정계로 퍼져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 정부를 당장 설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치권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한일 양국의 접점을 찾아 보겠다는 것이다.

이 대사의 말처럼 기존 위안부합의 이행을 요구하는 일본 정부의 요구는 강경하고 빈틈도 없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최근 캐나다 벤쿠버에서 열린 한반도 안보·안정에 대한 외교장관회의에서 "위안부 합의에 대해 한국이 추가 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고노 외무상의 이런 강경 발언은 한일 외교장관 회동뿐 아니라 20개국 외교장관이 모인 전체 회의에서도 이어졌다. 국제 사회에서 한일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 대사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에 대한 일본 정부의 추가 조치가 어려운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피해자 할머니를 직접 만나뵙는 등 현재는 한국 정부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긴 호흡을 갖고 일본에서도 기존 위안부합의를 넘어선 해결책이 필요한 분위기가 형성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 대사는 위안부합의 갈등 속에서도 양국이 북핵 위협에 대응해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역사 문제를 직시하면서도 "양국간의 미래지향적 협력에는 지장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 대사는 "한국 대통령이 일본을 찾지 않은 지가 어느덧 7년"이라며 "연내에는 한중일 정상회의 또는 한일 정상회담 계기에 문 대통령의 방일을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인수위 역할을 맡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외교안보 분과위원장을 역임했던 이 대사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진행되고 있는 남북 대화에도 긍정적인 입장을 전했다. 한미일과 국제 사회의 적극적인 공조를 통해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낸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를 전하기도 했다.
이 대사는 "남북 대화는 미국은 물론 일본에게도 대북 제재·압박 일변도 정책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중요한 계기"라며 "미국과 일본이 대북 정책에 있어 (대화 쪽으로) 방향을 튼다면 한반도에 더욱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지 않겠나"고 말했다.
[도쿄 = 외교부 공동기자단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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