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外人 `바이코리아`…올들어 1.7조 사들여
입력 2018-01-09 17:36  | 수정 2018-01-09 19:17
외국인 투자자들이 1월 들어 한국 증시에서 '진공청소기'처럼 주식을 빨아들이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7거래일 연속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 6일부터 17일까지 10일 연속 순매수한 이후 '최장 기록'이다. 당시 외국인들의 강력한 매수세에 힘입어 코스피가 열흘 새 4% 오른 바 있다. 이번에도 외국인 순매수 랠리가 시작된 뒤 코스피는 3% 상승했다.
앞서 외국인은 지난해 12월 한 달간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740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차익실현에 나섰다. 하지만 이달 들어서만 벌써 1조7000억원가량을 순매수하면서 빠르게 '원상복구'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올해 들어 하루를 빼곤 매수 우위를 보이면서 5000억원 넘게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선 유망 업종에 '분산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반면 코스닥에선 제약업종 '편식'이 두드러진다.
먼저 유가증권시장에선 이달 들어 지난 8일까지 금융(4377억원), 전기전자(3499억원), 철강금속(2372억원) 등을 주로 사들였다. 종목별 순매수 1위는 포스코로 2000억원 이상을 순매수했다. 이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현대로보틱스, 신한지주, LG화학, OCI, 삼성전기 등을 골고루 사들였다. 다만 외국인은 주가가 떨어진 삼성전자를 담는 대신 LG전자를 순매도하고, LG화학을 사면서 SK이노베이션을 파는 식으로 업종 내에서 '롱숏' 전략을 펼치기도 했다.
올 들어 외국인이 포스코에 주목한 것은 계절적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 철강 가격이 상승하고 있고 달러 약세와 유가 강세 등 우호적인 여건이 조성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의 강한 매수세에 힘입어 주가도 올 들어 13.5% 뛰어올랐다. 9일 포스코 종가는 전일 대비 2.17% 오른 37만7500원을 기록하며 6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투자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포스코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1조27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0.2% 급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유건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시장 내 철강제품에 대한 수요가 강한 흐름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며 "연초 달러 약세와 배럴당 60달러를 돌파한 유가 또한 철강업체 수익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코스닥에선 이달 들어 지난 8일까지 제약(4675억원), IT소프트웨어(149억원), 운송장비(96억원) 등을 사들였다. 다만 순매수 금액의 무려 95%가 셀트리온 1개 종목에 쏠렸다. 최근 셀트리온 주가 급등의 동력은 바로 외국인 순매수에 있었던 셈이다. 지난달 27일부터 급등하던 셀트리온은 이날 8거래일 만에 상승세를 멈췄다. 셀트리온 외에도 신라젠(382억원), 휴젤(183억원), 메디톡스(96억원) 등 제약업종 시가총액 상위주를 사들였다. 코스닥 시총 3위인 신라젠은 덕분에 외국인 지분율이 최근 10%대에 첫 진입했다. 이날 신라젠 주가는 한 프랑스 헬스케어 업체가 항암 치료제 투자를 늘린다는 보도에 개인투자자 매수세가 몰리면서 16% 급등했다.
외국인 순매수 기조는 올 한 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주요 상장사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는 등 경기 회복 조짐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원화값이 상승하면서 매매차익 외에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 원화 강세 압력이 급격히 커지면서 IT업종에 대한 실적 불확실성이 늘어났고 이에 따라 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면서 외국인들이 주식을 팔아치웠다"며 "최근 반도체 업황 주기에 대한 논란이 찾아들면서 다시 한국 IT 종목의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기대에 다소 못 미친 점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대목이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실적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는 외국인 수급 전망이 중립적이지만 2018년 전체로는 경기 전망과 정책 기대감 등이 유효하기 때문에 외국인 수급이 긍정적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헌철 기자 /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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