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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포커스] 36년 프로야구, 투쟁이었던 연봉협상의 역사
입력 2018-01-09 06:37 
2018년 현재 프로야구 최고 연봉자는 롯데 이대호다. 이대호는 2011년 연봉조정위원회를 거친 마지막 선수로도 남아있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이제 프로야구 각 구단은 본격적인 2018시즌을 준비 중이다. 특히 2018시즌 연봉협상도 막바지다. SK와이번스가 가장 먼저 선수단 전원 연봉협상완료를 발표하기도 했다.
2017시즌 KBO리그의 평균 연봉은 1억3883만원이다(신인과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530명). 구단별 연봉 상위 27명(외국인 선수 제외)의 평균 연봉은 2억3987만원이다. 프로야구 1군 무대에서 활약하는 주축 선수들의 연봉이 평균 억대라는 얘기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평균연봉은 1215만원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라는 말 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물론 물가상승을 감안해야 하고, FA제도의 도입도 큰 영향을 미쳤다. 현재 KBO리그 최고 연봉은 25억원을 수령하는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다. 이대호는 지난해 롯데로 복귀하면서 4년 총액 150억원의 FA계약을 맺었다. 계약금이 50억원, 연봉이 25억원이다.
하지만 프로야구 연봉이 가파르게 솟아올랐음에도 불구학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선수들에 대한 처우 문제는 40년을 향해가는 프로야구의 현재이기도 하다. 또 지난 36년 동안 프로야구 연봉협상은 투쟁의 역사이기도 하다. 때로는 구단과 선수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하고,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연봉협상의 진통으로 소속팀을 옮기는 경우도 있었다.
프로에게 돈은 자존심일 수밖에 없다. 협상 테이블에 위에 그어진 ‘평행선이다. 구단은 적게 주려하고, 선수는 많이 받으려한다. 구단은 후하게 책정했다고 여기고, 선수는 생각보다 적다고 서운해 한다. 연봉협상은 스토브리그의 꽃이라 불리지만, 전쟁터를 방불케도 한다. 프로야구 역대 연봉협상과 관련한 이슈를 정리해봤다.

◆ 2700만원 프로야구 최저 연봉 변천사
2018년 1월1일부터 시간당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올랐다. 프로야구에서도 최저임금과 같은 개념이 존재한다. 바로 최저연봉이다. KBO 규약 제71조 [최저연봉] 제1항에는 ‘연봉의 최저한도는 연 2700만 원으로 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이는 8차례 개정된 내용이다. 시대의 흐름에, 또 물가의 변동에 최저 연봉은 인상돼왔다. 1982년 프로야구 원년 600만원으로 시작한 최저연봉은 1995년 1000만원, 2005년 2000만 원으로 상승했다. 2010년 2400만 원으로 다시 오른 최저연봉은 2015년 2700만 원으로 올랐다. 물론 현재 최저연봉도 너무 낮다는 얘기가 많다. 프로야구 신인 선수들은 입단 1년 차에 일괄적으로 최저연봉을 받아야 한다. 저연봉자들의 연봉 협상도 최저연봉을 기준으로 삼는다.

◆ 말도 안되는 ‘25%상한선을 아시나요?
연봉 인상폭을 전년도 연봉의 25%로 제한하는 희한한 ‘악법이 프로야구에 존재했었다. 이는 프로야구 출범 2년째인 1983년 처음으로 도입됐다. 프로야구 첫 연봉협상을 앞두고 생겼다. 하지만 이 상한선은 정작 프로야구의 헌법과도 같은 야구 규약에는 명시되지 않았다. 선수들은 끊임없이 불만의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
이 상한선을 처음으로 깬 인물은 고(故) 최동원으로 알려져 있다. 1984년 정규시즌 27승과 한국시리즈 4승을 올렸지만, 롯데가 제시한 금액은 연봉 3472만 5000원과 보너스 3000만 원뿐이었다. 최동원은 구단과 끝까지 맞섰고 자신의 요구액인 연봉 6500만 원을 결국 받아냈다. 그러나 그해 KBO에 공식 등록된 최동원의 연봉은 규정대로 딱 25%만 오른 금액이었다. 결국 자본주의 원리를 역행한 이 제도는 1990시즌이 끝난 뒤에야 공식적으로 폐지됐다.

LG유지현 코치는 총 20번의 연봉조정위원회의 결정 중 유일한 선수 승리자로 KBO역사에 남아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연봉조정신청, 선수 승리자는 유일한 1명뿐
연봉협상을 하다보면 구단과 선수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때가 있다. 그래서 생겨난 제도가 연봉 조정신청이다. 구단과 선수가 매년 1월 10일 이전까지 연봉 계약에 합의하지 못했을 때, 더 받겠다는 선수와 덜 주겠다는 구단의 입장을 중재하는 역할을 하는 제도다. 그러나 현재는 유명무실한 제도가 됐다. 지금까지 연봉조정 신청이 조정위원회의 결정까지 넘어간 사례는 총 20회 있었고, 그것도 2011년이 마지막이니, 7년이 다 돼간다.
프로야구 출범 이후 연봉조정 신청자는 총 97명이었다. 조정위원회로 넘어간 사례가 20차례 뿐이니 상당수 선수들은 그 과정에서 구단과 합의를 하거나 양보를 해 조정을 취소했다.
20번의 조정위원회를 거친 사안에서도 선수가 승리한 경우는 딱 한 차례다. 주인공은 2002년 LG 유지현(현 LG코치)이다. 당시 LG는 유지현에게 전년도 연봉 2억원보다 1000만원 삭감된 1억9000만원을 제시했다. 유지현은 이에 반발해 연봉조정을 신청해 2억2000만원을 요구했다. 유지현은 2001시즌 129경기에서 타율 0.283 9홈런 53타점 90득점 21도루를 기록한 공헌도를 내세워 연봉 인상을 요구했고, 조정위원회는 유지현의 요구대로 2000만원 인상된 2억2000만원을 그 해 연봉으로 결정했다.
현재 최고연봉자인 이대호가 현재까지 마지막으로 연봉조정위원회를 간 선수로 남아있다. 2010시즌 타격 7관왕에 오른 이대호는 당시 구단에 2010년 연봉 3억9000만원에서 3억1000만원이 오른 7억원을 요구했다. 반면 롯데는 6억3000만원의 책정 금액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7000만원 차이였다. 결국 롯데 구단의 승리로 끝났다. 이대호는 2011시즌 후 FA자격을 얻어 일본 오릭스에 입단했고, 이후 소프트뱅크를 거쳐 미국 메이저리그 시애틀에서 뛰다가 지난해 롯데로 돌아왔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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