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손경식·조원동 "朴, 이미경 부회장 경영일선 물러나도록 지시" 법정 증언
입력 2018-01-08 16:11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기소)이 이미경 CJ그룹 부회장(60)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또 박 전 대통령은 이런 지시가 본인 뜻이라는 것이 CJ 측에 알려지자 경제수석을 질책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진행된 박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 105회 공판에 조원동 전 대통령 경제수석(62·불구속기소)과 손경식 CJ그룹 회장(79)이 증인으로 나왔다.
두 사람의 증언을 종합하면 박 전 대통령이 처음 이 부회장의 거취에 대해 언급한 시기는 2013년 7월 4일이다. 당시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보고가 끝난 후 박 전 대통령은 배석했던 조 전 수석을 남게 했다. 그리고 "박 전 대통령은 'CJ그룹이 걱정된다. 손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서 물러나고 이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조 전 수석은 밝혔다.
다음날 조 전 수석은 한 호텔에서 손 회장을 만나 대통령 지시사항을 전달한다. 다만 이날 자리에서 "VIP(대통령) 뜻"이라고 언급하지 않았다는 게 조 전 수석 주장이다. 반면 손 회장은 "VIP 뜻이니 거스르지 말고 잠깐 물러났다가 시간 지난 후 조용히 복귀하면 되지 않냐"는 말을 들었다고 반박했다.

결국 같은달 8일 손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에서 물러나고 다음날 CJ회장으로 취임한다. 그리고 조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에게 "CJ건은 말씀하신대로 잘 처리될 것 같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갑작스레 사퇴 대상으로 지목된 이 부회장은 당황스러워하며 조 전 수석의 말을 계속 믿지 못하는 태도를 보였다는게 손 회장의 증언이다.
결국 같은달 29일 손 회장은 휴가 중인 조 전 수석과 두 차례 통화를 한다. 이때 처음 나눈 7분간의 통화를 손 회장은 녹음했다. 그는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 부회장에게 사퇴 이야기를 확실히 전달해 주기 위해 녹음했다"고 설명했다.
통화 중에 손 회장은 "VIP가 직접 전달한 말이 맞는지"를 여러 차례 물었다. 조 전 수석은 동의하며 "너무 늦으면 저희가 난리난다, 지금도 늦었을지 모른다"고 답했다. 또 "그냥 쉬라는데 그 이상 뭐가 필요하나, 수사까지 안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며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 전 수석은 발언내용을 인정하며 "황망하게 이야기했다. 무슨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후 손 회장은 이 부회장에게 통화 녹음은 들려주지 않고 그 내용과 취지만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이 통화내용을 재녹음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통화 녹취록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조 전 수석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조사를 받게 된다. 당시 홍경식 대통령 민정수석(67·사법연수원8기)은 "'대통령 뜻'을 팔았느냐"고 질문했고, 조 전수석은 "지시사항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대통령의 뜻이란 점을 언급하게 됐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1~2주 후 박 전 대통령도 전화로 녹음에 대해 물었다. 이에 조 전 수석은 "책임지겠다"고 말했고, 박 전 대통령은 "가만히 계세요"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 부회장 역시 당장 사퇴하지 않았다. 대신 명량, 국제시장, 인천상륙작전 등 박 전 대통령 성향에 맞는 영화 배급에 주력했다. 또 창조경제를 지지하는 광고를 대대적으로 하고 각종 코미디 프로도 폐지했다. 이에 대해 손 회장은 "대통령과의 어색한 관계를 개선하는걸 저희가 원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이날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에 근거해 박 전 대통령 재산에 대한 추징보전 명령을 법원에 청구했다. 추징보전 명령은 몰수나 추징을 피하기 위한 재산 도피 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게 하는 조치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추징 재산 내역은 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본인 명의 예금, 2017년 4월 말 박 전 대통령 명의 계좌에서 출금돼 유영하 변호사에게 전달된 1억원 수표 30장(30억원)"이라고 밝혔다. 이어 "삼성동 사저와 내곡동 사저 매매 차액이 박 전 대통령에게 입금된 뒤 상당액의 현금과 수표 30억원이 출금돼 건네져 유 변호사가 보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자금들은 윤전추 전 대통령 행정관이 출금해 유 변호사에게 전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유 변호사에게 소환 통보를 했는데, 출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설명했다.
[채종원 기자 /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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