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경위를 둘러싼 논란이 한국과 UAE 간 군사협정으로 옮아가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양국 군사협정 내용 변경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UAE 측이 반발하고 나섰다는 주장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전임 군 당국자들도 양국 군사협정의 존재 사실을 인정하고 있어서다. 다만 양국 간 쟁점이 되고 있는 한-UAE 군사협정 체결 시기가 참여정부 때인지, 이명박정부 때인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는 형국이다.
최근 정치권에선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과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UAE와의 군사협정 체결 시기를 놓고 물고 물리는 설전을 벌이고 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지난 3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이와 관련 "UAE는 이명박정부에 상호방위조약을 요구했지만 우리 정부가 받아들일 수 없어서, 박근혜 정부 시절 이보다 낮은 수준인 양해각서(MOU) 형태로 체결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양해각서 이행 여부를 두고 양국 신뢰에 손상이 가 (임종석 실장이) 이를 수습하러 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 국방전문위원과 노무현 대통령 국방보좌관실 행정관,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 등을 역임했다.
이에 국회 국방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학용 의원이 반박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은 언론에 배포한 자료를 통해 UAE와의 군사협정은 이명박 정부가 아닌 노무현 정부 시절 체결됐고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체결한 MOU는 노무현 정부 시절 체결한 협정을 강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배포한 '대한민국 정부와 UAE 정부 간의 군사협력에 관한 협정'에 따르면 협정 서명 시점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11월 15일이고, 발효 역시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5월 13일이다.
김 위원장의 주장에 대해 김 의원은 재반박에 나섰다. 김 의원은 4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UAE와) 한국형 고등훈련기 T50 수출 등 양국간 항공사업을 둘러싼 협력이 있었지만, 이것은 순수한 방위산업에 국한된 협력"이라며 "그 합의는 이명박 전 대통령 초기인 2008년 완전히 깨져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고, 이 전 대통령이 원전을 수출하면서 군사협력을 끼워팔기했다"고 말했다.
만약 정치권의 주장대로 임 실장의 UAE 방문 목적이 군사협정을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을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그간 청와대의 해명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전망이다.
청와대는 지난달 10일 임 실장의 중동 특사 파견을 처음 밝히면서 "UAE 아크부대와 레바논 동명부대를 차례로 방문해 국군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방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의혹이 제기되자 '양국 간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했다. 그러다가 논란이 더 커지자 '박근혜 정부 들어 소원해진 관계 복원 차원'이라고 했고, '대통령 친서 전달 목적'이라고 다시 말을 바꿨다. 이후 임 실장이 UAE 방문 전 최태원 SK 회장을 만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SK 측의 민원 해결을 위해 UAE를 찾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청와대는 임 실장의 UAE 방문 목적에 대해서는 처음 설명한 것과 크게 달라진 게 없으며, UAE 왕세제 등과 나눈 대화는 외교적 관례상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청와대 측은 4일 임 실장이 자신이 이명박정부 비위 확인차 UAE를 방문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명박정부의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관련 의혹은 오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고 밝혔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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