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초대형IB 등장에 맞불작전 나선 금융지주
입력 2017-11-14 17:32  | 수정 2017-11-14 19:42
지난 13일 '한국판 골드만삭스'인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증권사 5곳이 선정되자 시중은행을 핵심 계열사로 둔 금융지주사들은 자체 IB 역량을 키우는 전략으로 초대형 IB의 공세에 대응하고 나섰다. 당장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 판매 자격을 얻었고 향후 자본금을 키워 종합투자계좌(IMA) 업무에까지 뛰어들면 기존 은행들의 독무대였던 여·수신 시장에서 초대형 IB와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은 글로벌 기업투자금융(GIB) 조직에 외부 전문가를 충원하고 최근 출범한 자회사인 신한리츠운용을 통한 국내외 부동산 투자에 뛰어드는 투트랙 전략에 나선다. 앞서 지난 7월 조직개편을 통해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의 IB 조직을 한데 모은 CIB 조직에 신한생명과 신한캐피탈의 IB 인력까지 추가해 그룹 전체 투자 업무를 총괄하는 GIB 조직을 만든 데 이어 내년부터는 관련 전문가를 영입하는 한편 내부 인력을 키워 초대형 IB 못지않은 '신한IB'를 만든다는 목표다.
특히 글로벌 대체투자에 역점을 두고 이달 중 IB 인력을 호주, 베트남, 인도네시아로 파견해 새로운 시장 발굴에 나섰는데 내년에는 파견 국가와 인력 규모를 더 늘리기로 했다.
지난달 출범한 부동산 자산관리회사(REITs AMC)인 신한리츠운용을 통해 부동산 자산운용업도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다. 투자자를 대신해 부동산을 굴려 여기서 나온 수익을 나눠주는 간접투자상품을 이르면 올해 안에 내놓을 계획이다.

하나금융그룹은 기존 KEB하나은행과 하나금융투자 인력으로만 구성된 그룹 내 IB사업단을 신한 등과 마찬가지로 은행 내 신탁 조직과 하나자산운용, 하나생명, 하나캐피탈 등 전 계열사 IB 기능까지 더하는 방향으로 확대 개편할 계획이다. 초대형 IB의 덩치에 맞서려면 전 계열사 조직을 한데 모아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기존 외환은행의 탄탄한 해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뉴욕 상업용 부동산과 영국 사회기반시설(SOC) 투자에도 나선다. IB사업단이 주축이 돼 현지 수요 기업 등에 투자금을 대출하고 관련 사모펀드 모집에도 직접 뛰어들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최근 뉴욕, 런던, 시드니, 싱가포르 지점에 현지 투자 건을 발굴하는 글로벌IB데스크를 오픈했다. 이를 통해 그동안 국내외에서 활발히 진행 중인 인수금융 사업을 글로벌 차원에서 더욱 강화한다는 목표다. 실제 이 은행은 MBK파트너스의 이랜드 모던하우스 인수와 모건스탠리PE의 이노션 지분 인수, 넥센타이어 체코 공장 신축자금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서 대출뿐 아니라 자금 조달 역할을 담당하는 금융 주선까지 맡아 이자수익과 더불어 주선수수료도 확보했다.
향후 지주사 전환이 이뤄지면 다른 금융지주처럼 전 계열사의 IB 조직을 아우르는 CIB 조직도 만든다는 방침이다.
이번 초대형 IB에 각각 그룹 증권사(KB증권·NH투자증권)가 선정된 KB금융과 NH농협금융은 증권사와 다른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KB는 증권을 주축으로 은행, KB손해보험, 카드가 주요 고객을 공유하는 파트너십 제도를 강화한다. 국민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기업 고객이 자금 조달을 원하면 KB증권을 연결해줘 전환사채를 발행하도록 하는 식이다.
농협은 IB 경험이 풍부한 NH투자증권과 NH-아문디자산운용이 투자상품을 만들면 은행, 생명, 상호금융(중앙회)이 직접 투자에 참여하거나 투자자를 유치하는 전략으로 시너지를 키울 예정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초대형 IB라는 강력한 경쟁자의 출현은 오히려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인수금융과 부동산 매입 등 새로운 투자 사업을 육성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며 "이자 수입에만 의존해온 과거 관행에서 벗어나 수수료 수익 등 비이자 수익 비중을 늘리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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