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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이종현 "가수 출신 배우 보나·도희, 서로 무한한 응원했죠"
입력 2017-11-14 07:01 
이종현은 `란제리 소녀시대`에서 무뚝뚝한 총각 주영춘을 연기했다. 사진| 유용석 기자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작품이 끝날 때 쯤에는 항상 후회되고 '조금 더 몰아칠걸'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번에도 아쉬움이 남지만, 다들 열심히 해서 따뜻한 드라마를 만들 수 있었어요. 짧았던 8부작이라 시원섭섭한 감정이 더 컸습니다."
밴드 씨엔블루 기타리스트이자 배우 이종현(27)은 KBS2 '란제리 소녀시대'에서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 주영춘 역을 맡았다. 2015년 KBS2 '오렌지 마말레이드' 이후 2년 만에 연기에 나선 그는 1970년대 대구를 배경으로 조심스럽게 상대에게 다가가는 옛날 사랑법을 전했다.
스무 살 주영춘은 서울에서 전학 온 박혜주(채서진 분)를 처음 본 뒤 사랑의 열병에 걸렸다. 진심을 표현하지 못한 채 박혜주 주변을 맴돌었다. 대학교수인 박혜주 아버지가 '빨갱이'로 내몰린 상황에서 주영춘은 박혜주의 버팀목이 됐고, 두 사람은 상처를 딛고 대구를 떠나면서 사랑을 일궜다.
"'란제리 소녀시대'는 처음에는 4부작으로 기획됐어요. 주영춘의 이야기가 뚜렷하지 않았죠. 8부작으로 늘어났지만, 12부작이었다면 주영춘 박혜주의 관계를 더 섬세하게 파고들 수 있었을 거예요. 그래도 두 사람의 애틋한 관계가 잘 드러났고, 주영춘이 매력적인 캐릭터가 돼서 좋았어요."
이종현은 주영춘에 대해 "여성 분들이 좋아할 만한 남자다"고 했다. 남들에게는 못돼게 보이지만, 사모하는 여자에게는 친절한 남자가 주영춘이었다. 이종현은 주영춘을 연기하면서 여학생을 보기만 해도 가슴 뛰었던 중고등학생 시절의 감정을 다시 느꼈다.
"1970년대에 살아보지 못해서 모든 걸 공감하진 못했지만, (주)영춘이 겪은 상황은 이해할 수 있었어요. 중고등학생 때는 여학생이 옆에 오기만 해도 심장이 떨렸거든요. 이성을 향한 감정은 시대를 불문하고 같지 않을까요."
대구가 배경이었던 만큼 방송 초반에는 배우들의 사투리 연기 논란이 잇따랐다. 연기 경력이 길지 않은 어린 배우들이 모인 만큼 피할 수 없는 평가였다. 그럼에도 '란제리 소녀시대'는 여러 지적에 휘둘리지 않고, 주인공 이정희(보나)의 사랑과 성장을 담아 박수받으며 막을 내렸다.

"사전 미팅 때는 주영춘의 출신이 명확하지 않아 사투리 연기가 편할 듯했죠. 하지만 경상도 사투리가 지역마다 다르다는 걸 알았어요. 대구가 분지 지역인데, 다른 지역 분들이 모여 여러 사투리가 섞였다고 하더라고요. 부산 출신인 저도, 대구 사투리가 다른 경상도 사투리와 무척 다르다는 걸 깨달았죠."
'란제리 소녀시대' 주연 배우들은 모두 1990년대생이었다. 이종현은 이들 가운데에서도 맏형이었다. 앞장서서 배우들에게 밥을 사거나 함께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소통했다. '란제리 소녀시대'의 끈끈한 팀워크의 시작이 된 것이다. 이종현은 배우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주인공 이정희로 출연한 보나(본명 김지연·22)와 학교의 문제아 심애숙을 연기한 도희(민도희·23)는 이종현과 같이 가수 출신 배우다. 이종현은 "보나 도희와 특별히 따로 만나 얘기한 건 없지만, 서로 무한한 응원을 해줬다"고 말했다. '가수 출신 배우'라는 부담과 무게를 서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첫사랑 이야기를 시대적인 배경에 담은 '란제리 소녀시대'는 마지막으로 갈수록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았다. 이정희가 손진(여회현) 배동문(서영주) 사이에서 갈등하는 가운데, 주영춘 박혜주는 역경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을 그렸다. 길지 않은 회차 탓에 주영춘 박혜주의 이야기가 자세히 다뤄지진 않았으나 이야기에 따스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채서진은 평소에도 진중한 성격이에요. 흔히 말하는 '천생 여자'죠. 언제나 저런 모습일 수 있다는 게 배우로서 부럽기도 하더라고요. 억지로 만든 게 아니라 오랜 기간 몸에 밴 것이죠. 박혜주 그대로였어요."
주영춘은 동네 사람들이 박혜주를 향해 손가락질하자 그의 곁을 떠나려고 했다. 하지만 박혜주는 그를 붙잡았고, 주영춘은 그제야 자신이 잘못 판단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도 그래 봤던 적이 있죠. 그러면서 성장하는 것 같아요. 이번 작품에선 지나치게 머리를 쓰기보단 본능적으로 연기하려고 했어요."
20대 중반을 넘어선 이종현은 음악과 연기를 병행하고 있다. 씨엔블루로 데뷔 때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그는 차근히 배우의 길을 닦고 있다. '란제리 소녀시대'는 빠듯한 일정 속에서 완성한 결과였고, 배우로서 좋은 작품을 만나고 싶은 갈증을 느끼게 한 드라마였다.
"앞으로 역할을 가리지 않고 다 하고 싶어요. 경험이 정말 중요한 듯해요. 연기하면 할수록 모든 역할을 다 해보고 싶어요. 다른 배우가 한 캐릭터가 욕심나는 건 아녜요. 스스로 만족하는 작품을 해서 시청자들과 공감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in999@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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