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MBN이 본 신간] '검은 준열의 시대' 외
입력 2017-11-10 15:51  | 수정 2017-11-10 15:52


시인 박인환(1926~1956) 작고 60주기를 앞두고 새롭게 발굴한 시 2편을 포함, 박인환의 모든 작품을 수록한 '박인환 全시집, 검은 준열峻烈의 시대'가 나왔다.

박인환은 1950년대 모더니스트로서 퇴행적 전통에 얽매이는 문학과 예술의 전근대성을 혐오했던 젊은 시인으로 그의 시에는 당대의 우울과 애환이 서려있다. 해방 뒤 이어진 한국전쟁은 민중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었다. 그 가난하고 절망스러운 삶의 면면을 박인환은 종군 기자로 활동하면서 목도하게 된다. 그의 시 곳곳에 이를 넘고자 하는 의지와 저항 의식이 자리 잡게 된 이유다.

준열(峻烈)의 사전적 의미는 매우 엄하고 매섭다는 것. 그가 생전 첫 시집에 붙이길 원했던 제목으로 이번에는 총 90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세월이 가면'과 '목마와 숙녀' 같은 시는 물론 '인도네시아 인민에게 주는 시' '자본가에게' '불행한 샹송' 같은 작품을 보면 우리나라 전후 시인 중 가장 중요한 시인인 박인환이 저평가됐는지 궁금해진다.

천재 시인 이상을 너무도 흠모한 박인환은 그를 기리는 추모회 끝에 심장마비로 요절했다. 시인의 전 생애를 동행할 수 있는 '박인환 시를 위한 여행' 화보와 박인환의 시 세계를 새로 평가하는 이충재 평론가의 해설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32년간 숱한 사건 현장을 누비며 뜨거운 눈물을 남몰래 훔쳐야 했던 형사 김복준. 그동안 잡은 범인이 3,000명이 넘지만 미제로 남긴 살인사건 때문에 자신을 '실패한 형사'였다고 말한다. 이처럼 정의롭고 따뜻한, 그리고 끝없는 외로움을 홀로 견딘 형사가 또 있을까?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은 별의별 사건과 마주한다. 다리 밑으로 조직폭력배 두목과 떨어져 나뒹군 절체절명의 순간도 있었고, 미군 부대에서 희한한 '술' 절도 사건과 마주치기도 하고, 눈 덮힌 산 정상에서 시신을 홀로 엎고 내려온 사건도 있었다.

범죄현장과 수사 과정에서 만난 범인과 용의자, 피해자, 그리고 동료들과 겪은 이야기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는 없지만 그것 또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들의 희로애락이었다. 신발이 닳도록 돌아다니고 두 눈을 부릅뜨고 수사해도 미제 사건은 남고 동료들은 먼저 저세상으로 떠나기도 했다.

한 형사가 사건 현장을 누비며 겪었던 이러저런 사건의 이야기는 하나의 역사서처럼 느껴지지만 담담하게, 때로는 비장하게, 때로는 위트 넘치게 풀어낸다. 책을 읽은 독자들은 이 형사는 실패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의롭고, 외롭고, 따뜻한 형사 하나가 사건 현장에 있었다.



러시아의 문학 이론가 미하일 바흐친은 "도스토옙스키의 모든 작품은 하나의 단일한 고백록"이라고 평했을 정도로 도스토옙스키 작품에서 고백은 주요한 형식이다.
실제 도스토옙스키는 '죄와 벌'의 제목을 '고백록'으로 하려 했을 정도였다. 신간 '도스토옙스키 고백록'은 고백이라는 키워드로 그의 작품세계를 새롭게 해석한다. 1864년작 '지하로부터의 수기'와 사회비평 성격의 산문을 모은 '작가 일기'를 묶었는데 '작가 일기'의 일부 글들은 한국어로는 처음 번역된 것이다.

기존 도스토옙스키 관련 서적이 소설 위주라면 이 책은 고백이라는 주제가 잘 드러난 소설과 사회 비평을 함께 실어 독자가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도스토옙스키를 좋아하는 독자에게 큰 선물이 될 만한 책이다.



'생각한다면 과학자처럼'의 저자 데이비드 헬펀드 교수는 과학적 사고습관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지금까지 70억 명의 대형 포유류가 지구의 거의 모든 생태구역을 차지한 적이 없었고, 어느 한 종이 지구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던 적도 없었다. 인류는 물 부족, 에너지 고갈, 생태계 파괴, 식량난 등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학을 알고 살아야 한다. 과학의 얼굴을 한 사이비과학을 가려내고, 감성에 기댄 정치인들의 선동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가짜가 뒤섞인 정보의 홍수에서 오류를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이 책은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워서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게 안내해주는 일종의 가이드북이다. "쏟아지는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벗어나 의문을 갖고, 타당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훈련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저자는 과학적 사고습관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추론을 통해 답을 찾아내는 봉투 뒷면 계산, 통계의 거짓말에 속지 않는 방법, 확률을 계산하는 간단한 규칙, 그래프를 올바르게 읽고 활용하는 법 등 개인적인 일화가 예로 들어가 독자들의 이해를 돕니다. 인류가 당면한 문제들은 직감과 느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우리는 어떻게 뉴스나 정치적 주장의 맥락을 살피고, 그 말이 참인지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며 가짜가 뒤섞인 정보의 홍수에서 오류를 찾아낼 수 있을까. 과학자처럼 생각을 해보자.



생태주의 문학의 거장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숲 여행기 '소로의 메인 숲'이 번역 출간됐다.
소로는 1846년부터 1957년까지 세 차례 메인 지역의 숲을 여행하고 기행문을 남겼는데 메인의 숲은 신이 만든 모습 그대로의 자연을 간직하고 있었다.

소로는 인간과 자연이 동등하게 함께하는 삶을 꿈꾸었다. 요즘 '나는 자연인이다' 같은 방송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그건 우리 사회가 너무나 힐링에 목말라 있다는 반증이다. 그래서 바로 지금, 소로가 전해주는 이러한 자연과 함께하는 메시지가 더 크게 다가온다.
소로는 그곳에서 야생을 관찰하고 삶의 본질을 찾고자 했다. 아직 월든 호숫가에 머무르던 1846년의 첫 여행지는 인디언 말로 가장 높은 땅을 뜻하는 '크타든'이라는 산이었다. 그때까지 방문해본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여서 자연의 순수한 모습이 남아있었다.
원주민들은 나무껍질로 카누를 만들고 무스를 사냥하면서도 결코 자연을 훼손하지 않았다. 소로는 이런 원주민들을 보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이상적인 삶의 방식을 이해하고자 했다.

원주민의 무스 사냥을 관찰한 소로는 "지금으로서는 1년간 숲 속에서 스스로를 부양하는 데에 필요한 만큼만 낚시와 사냥을 하면 만족스럽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스스로 기른 열매를 먹으며 살아가는 철학자의 삶과 비슷할 것이다. 우리의 삶도 흙에서 꽃을 뽑아들 때처럼 부드럽고 섬세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점을 다시금 떠올리게 되었다."



자연과 사물, 마음의 결을 섬세하게 짚어내는 아끼는 시인 김용택이 요리사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모은 신간 '마음을 따르면 된다'

시인인 저자가 아들에게 쓴 글, 아들이 아버지에게 보낸 글은 그대로 책이 됐다. 김용택은 아들에게 "가장 오래 들여다봐야 할 것은 언제나 자기 마음이다"라는 말을 한다.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하던 아들 민세에게 건네는 충고와 격려를 담은 편지는 세상의 모든 부모와 아들딸에게 전하는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다.

아버지는 아들이 골라 쓴 단어와 문장의 구조, 문장과 문장 사이를 오가며 암호 해독자처럼 아들의 마음자리를 예민하게 읽어내고 성장의 크기를 짚어낸다. 인생 선배로서 삶을 관통하는 경험의 지혜들을 들려줄 뿐이다.

'마음이 흔들릴 때는 편지를 써라', 아무 말이라도 쓰면 '마음이 움직이고 활발'해지고 생각을 다잡아준다, 남같이 살려고 하지 말아라. 너같이 살아라 등 무한한 애정을 담아 아들에게 건네는 얘기는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책의 말미 민세가 "아빠처럼 살고 싶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은 모든 아버지가 바라는 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뭉클하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고 있는 나라 대한민국과 노인대국 일본. 100세 시대가 현실로 찾아왔지만 제대로 노후 준비를 하는 사람은 드물다.

두 나라는 무엇이 닮았고, 무엇이 다를까. 일본 사회언어학 박사인 저자는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를 겪은 일본의 모습을 통해 대한민국의 현실을 진단하고,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조언한다.

그래서 이 책은 노후 준비를 서둘러야 하는 한국의 100세 시대를 위한 생활지침서다. 은퇴 이후에도 30~40년을 더 살아가야 할 시니어들을 위해 장수 리스크를 줄이고 품위 있는 노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단순한 자금 관리가 아니라 인맥관리부터 인생의 목표와 즐겁게 사는 방법, 결혼이란 계약을 현명하게 유지하는 법, 젊음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는 법, 고독력을 키우는 법, 치매 없이 건강하게 하는 법 등 노년의 삶을 예습하고 그것을 느긋하게 탐험할 수 있는 현실적인 조언들이 담겨 있다.

저자는 "직장에서의 은퇴는 그저 '장소의 상실'일 뿐 100세까지 잘 살기 위한 준비를 어떻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준비 여부에 따라 당신의 노년이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MBN 문화부 이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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