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알보젠코리아 자진 상폐…증시 떠나는 외국기업
입력 2017-11-03 16:09  | 수정 2017-11-03 17:22
외국계 기업들이 국내 상장은 실익이 없다며 주식시장을 떠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주가도 지지부진한 데다 주주 대응과 공시 의무도 부담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엔 외국계 자본이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에는 주주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비상장 상태가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3일 제약업체 알보젠코리아(옛 근화제약)는 주당 2만9000원에 115만여 주(지분 9.74%)를 공개 매수하겠다고 공시했다. 지분을 다 사들이는 데 최대 333억원이 들어간다.
이미 최대주주 지분과 자사주 지분이 87.27%에 달하는 만큼 7.73% 지분만 더 확보하면 상장폐지가 가능하다. 상장폐지 요건을 갖춘 이 회사는 1973년 상장 이후 44년 만에 유가증권시장을 떠나게 된다. 지난 4월에도 같은 조건으로 공개 매수에 나섰으나 56만여 주를 사들이는 데 그쳤다. 발표 이후 주가가 급등하면서 주주들이 공개 매수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알보젠 주가는 장중 2만8900원까지 올라 공개 매수 희망가격에 근접했다.
매년 한국시장을 떠나는 외국계 상장사 행렬은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8월 중국 조경장비업체 웨이포트도 95% 이상 지분을 확보해 자진 상장폐지를 마쳤다. 특히 외국계 자본이 국내 기업을 인수한 경우 자진 상장폐지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 화학기업 도레이가 인수한 도레이케미칼(옛 웅진케미칼)은 2015년 자진 상장폐지를 선언했다. 이후 지분을 90.59%까지 확보했지만 일부 주주가 공개 매수에 응하지 않아 아직 코스피에 남아 있다. 과거에도 외국계 자본에 매각된 SBI모기지, 옥션 등이 자진해서 국내시장을 떠났다. 이들 회사 대부분은 인수·합병(M&A)에 쏟아부은 자금을 회수하는 데 있어 상장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정우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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