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美연준 비둘기 본색 이어갈것…韓 증시 상승세 힘 보탤듯"
입력 2017-11-02 17:50  | 수정 2017-11-02 20:03
美연준 새 사령탑 제롬 파월…국내 증시 영향 전문가 분석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제롬 파월이 사실상 내정되자 주식시장은 일제히 안도하는 분위기다. 신임 의장 내정 소식과 함께 연준은 지난 1일(현지시간) 만장일치로 금리를 동결하면서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오는 12월로 미뤘다. 주식시장 반응은 비교적 긍정적이었다. 다우존스지수는 0.25% 올랐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지수도 상승 마감했다. 다만 나스닥지수가 다음달 금리 인상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소폭 내렸다.
증시 전문가들은 파월이 기존 연준 이사로서 양적완화 정책에 직접 관여해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일단 정책 일관성에 후한 점수를 줬다. 그가 다른 경쟁 후보들에 비해 규제완화 쪽에 적극적이라는 점도 증시에는 긍정적이다. 그는 1990년 조지 부시의 공화당 정부에서 재무부 차관을 지냈고 8년 동안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에서 일하는 등 시장 친화적 성향을 지녔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은행 규제완화가 보다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에 따라 금융주 수혜 가능성이 제기된다.
연준 의장 교체기에는 항상 시장금리 단기 변동 가능성도 관심사다. 신영증권 분석에 따르면 과거 앨런 그린스펀·벤 버냉키 전 의장의 경우 취임 초기 금리 인상과 함께 장기금리도 큰 폭으로 올랐다. 또 지명일과 취임일 사이에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에 상당한 변동이 발생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파월 유력설이 나왔을 때 월가 주가 반응이 나쁘지 않은 것에서 보듯 자본시장에 나쁜 그림은 아니다"며 "미국 경기가 좋기 때문에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과격하면 신흥국에 악영향을 미친다. 금리를 과격하게 인상하지만 않으면 경기 회복에 따라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동반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완만한 금리 인상을 선호할 것으로 예상되는 파월을 지명한 것은 한국 증시에도 긍정적인 뉴스라는 의미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이제 악재라고 볼 수 없고 오히려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으로 봐야 한다"며 "미국 경기가 좋아지면 투자 사이클이 좋아지기 때문에 신흥국에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한미 간) 금리 차에 따라 일방적으로 자금이 이탈하기보다 경제상황과 시장 전반의 밸류에이션을 보고 외국인 자금도 움직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내년 3월 취임 후 실제 통화정책 흐름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전병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재닛 옐런 의장의 점진적 통화정책 과정에 참여한 사람이기 때문에 정책 연속성은 있을 것"이라며 "파월은 볼커룰(금융사 위험투자 제한) 등 규제 완화에 적극적"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전 연구원은 이어 "12월 금리 인상은 이미 시장금리에 100% 가까이 반영됐고 파월 취임 후 3월에 한 차례 더 올린다고 해도 급격한 인상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비둘기파적인 의장이 오더라도 통화정책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다"고 단서를 달았다. 공석인 연준 부의장과 집행이사 선임 결과에 따라 매파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과거 버냉키 전 의장의 경우 온건 성향으로 분류됐으나 실제로 세 차례나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반면 옐런 의장의 경우 비둘기파 명성대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꾸준히 견지해왔다. 주가도 옐런 의장 취임 후 현재까지 다우존스지수는 52.4%, 나스닥지수는 68%나 상승하는 성과를 거뒀다.
한편 2일 코스피는 개장 직후 장중 최고치를 경신하며 2560선을 넘었으나 결국 전일 대비 0.4% 하락한 2546.36으로 마감했다.
기관이 대거 차익실현 물량을 쏟아낸 데다 외국인마저 매도 우위를 보이면서 5일 만에 하락 전환했다. 특히 기관투자가는 최근 상승세 속에서도 5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다. 코스닥 역시 전날보다 0.12% 하락한 694.96으로 마감했다.
[신헌철 기자 / 정슬기 기자 /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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