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하루 1만보씩 걸으면 보험료 덜 낸다
입력 2017-11-01 17:50 
건강증진형 보험 가이드라인
이르면 올해 안에 스마트워치를 차고 하루에 1만보씩 1년을 걸으면 이듬해 보험료를 5% 깎아주거나 그만큼을 일시금으로 돌려주는 보험상품이 나올 전망이다. 그동안 의료계 반발 때문에 지지부진했던 보험사의 헬스케어(건강관리) 서비스를 키우기 위해 금융당국이 관련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이다.
1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운동 등을 통해 가입자의 건강 상태가 좋아진 만큼 보험료 할인 등의 혜택을 주는 건강 증진 보험상품 설계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입자가 건강해져 질병 혹은 사망 확률이 낮아지면 보험사가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도 줄어들기 때문에 가입자에게 그만큼의 혜택을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보험사는 가입자가 건강관리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 주기적으로 측정하고 이를 검증해 정해진 기준을 충족하면 보험사는 약속한 혜택을 줄 수 있다. 하루에 1만보 이상을 걷거나 담배를 피우던 사람이 금연하는 것, 당뇨병 환자가 식단 관리로 당 수치를 떨어뜨리는 것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가입자가 실제 이런 노력을 했는지, 그리고 이 노력으로 건강이 좋아졌는지는 스마트워치와 같은 웨어러블(wearable) 기기 또는 가입자가 제출한 신체검사 결과 등을 통해 확인한다. 일정 조건을 충족시킨 가입자는 보험사로부터 △건강관리 기기 구매비용 전부 혹은 일부 △보험료 할인 또는 환급 △보험 가입금 상향 또는 보험금 증액 △건강 관련 서비스 제공 △보험사와 업무제휴를 맺은 업체의 서비스 이용을 위한 포인트 중 하나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주유 쿠폰, 식기 세트 같이 건강관리와 관계없는 비현금성 혜택이나 건강관리 기기 자체를 보험사가 주는 것은 금지된다.
이렇게 건강 증진에 따른 혜택을 주는 보험상품은 질병·사망보험으로만 한정된다. 유병자보험도 포함된다. 기존 상품이라도 특약 형태로 보험료 할인 혜택을 붙일 수 있게 했다.

가이드라인은 향후 20일간의 의견 청취 기간과 심의 과정 등을 감안할 때 이르면 이달 말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도 가이드라인에 맞는 헬스케어형 새 보험상품을 연말에는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들면 가입자가 스마트폰에 걸음 측정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해 연간 300만보를 걸은 것으로 확인되면 보험사는 4만원 상당의 모바일 상품권을 증정하는 보험상품 출시가 가능해진다. 건강검진 수치와 예방접종 여부, 식습관과 수면 질을 따져 가입자 건강을 1~4단계로 나눈 뒤 등급에 따라 다음 연도 보험료를 최대 15% 깎아주고, 지금 등급이 낮더라도 나중에 올라갔을 경우에는 보험료 일부를 돌려줄 수 있다.
사실 기존에도 '건강체 할인' 등의 항목을 통해 비흡연자가 보험에 가입할 때 보험료를 깎아주는 보험특약은 있었다. 하지만 보험사 입장에서 가입자가 건강한지를 판단하기 힘들다 보니 판매에 소극적이라 해당 특약 가입률은 고작 3.8%로 유명무실한 수준이다. 건강 상태를 측정하기 위해 보험사가 웨어러블 기기 등을 가입자에게 지원하는 것은 현행 보험업법상 가입자에게 주는 '특별이익'으로 간주돼 사실상 불가능했다. 금융당국이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일단 이 같은 족쇄를 풀어줬다는 게 보험업계의 평가다.
다만 이미 일찌감치 헬스케어 보험서비스가 활성화된 해외 시장을 따라잡으려면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의료계 반발을 누그러뜨리고 의료법을 고쳐 보험사가 할 수 있는 헬스케어 서비스 범위를 넓히는 보완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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