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오리온, 베트남·러시아 사로잡은 초코파이…내년 이익 68%↑
입력 2017-10-31 17:52  | 수정 2017-10-31 21:50
◆ 기업 분석 / 오리온 ◆
사드 때문에 중국에서 추락했던 오리온에 서광이 비치고 있다. 중국 내 사업이 차츰 회복세를 보이는 데다 베트남과 러시아에서 강력한 실적 호조세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모회사인 오리온홀딩스의 오리온 지분율 확대로 지주사 체제가 연내 완성되는 등 지배구조 또한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물론 중국에서 급격한 실적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여러 부문에서 긍정적인 상황이 조성되고 있어 향후 실적 개선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31일 오리온은 전 거래일보다 0.47% 오른 10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분할 재상장 후 가장 높은 가격대다. 지난 9월 28일 지분 확보 계획을 공시한 뒤 1개월여 동안 11.46% 상승했다.
무엇보다 매출 비중이 50%에 달하는 중국 내 판매량 회복세가 반갑다. 증권가는 오리온 실적이 2분기 바닥을 찍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는 3분기 매출 5581억원에 영업이익 71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2분기 영업이익(279억원)과 비교해 150% 이상 늘어난 규모다. 오리온은 매출 급감 등 비상 상황에서 비용 절감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힘입어 3분기 10%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베트남과 러시아에서 매출이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 중인 것도 호재다. 러시아에서는 초코파이가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효자 상품이다. 러시아 정부가 유통 규제 개선에 나서면서 마진도 높아지게 됐다. 베트남 시장에서는 제과 시장 점유율 16%를 기록해 1위로 올라섰다.
송하연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성장하는 중국과 동남아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 중장기 전망이 긍정적"이라면서 "국외 자회사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신제품 출시 덕분에 3분기 매출 성장이 예상된다. 다만 국내 제과 시장은 포화 상태다. 그 때문에 중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먹거리인 케이터링, 생수, 건강식품 사업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상반기 사드 보복 여파가 워낙 컸던 만큼 올해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640억원, 1604억원으로 작년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한중 관계 해빙 무드를 타고 국내외 매출이 성장세를 회복해 내년 실적은 기대해볼 만하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는 내년 오리온 영업이익을 2704억원으로 추정한다. 올해 예상치보다 68.57% 늘어난 숫자다.
지주사 체제 전환이 올해 안에 마무리된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오리온홀딩스의 오리온 지분율은 12.08%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요건을 맞추기 위해서는 이를 20%로 올려야 한다. 오리온홀딩스는 현금을 투입해 주식을 사들이는 대신 신주를 발행해 오리온 주식 1000만주와 바꾸기로 했다. 공개 매수에 동의하는 오리온 주주는 1주를 오리온홀딩스 주식 4.2093236주와 교환할 수 있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과 특수관계인은 오리온 지분 28.5%를 보유하고 있다. 이 주식 일부를 오리온홀딩스 주식과 교환하면 오리온홀딩스에 대한 지배력도 강해지고 지주사 체제도 완성된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대주주 등은 지분율을 고려해 700만주만 교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일반 주주들은 다음달까지 오리온과 오리온홀딩스 주가 차이가 작아질수록 교환에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오리온 기업 가치에 변화는 없다"고 덧붙였다.
실적 회복 속도에 비해 주가 상승이 더 빠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내년 예상 실적 기준 오리온 주가순이익비율(PER)은 22.8배다. 글로벌 음식료 업종 평균(24.0배)에 거의 근접했다.
오리온은 지난 7월 오리온홀딩스와 오리온으로 인적분할 후 재상장했다. 당시 기준가는 오리온 9만4900원, 오리온홀딩스 5만900원으로 책정됐다. 이후 오리온홀딩스는 하락세를 기록하고 오리온 주가는 올랐다.
[정우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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