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코스피 쏘아올릴 `방아쇠`는 배당 확대·지배구조 개선
입력 2017-10-31 17:25  | 수정 2017-10-31 20:40
◆ 레벨Up 한국증시 ② ◆
삼성전자가 31일 배당금을 내년부터 매년 10조원 규모로 크게 늘리겠다고 밝히면서 주가도 사상 최고가 축포를 쏘아올렸다. 코스피 시가총액의 21%를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앞장서 업그레이드된 주주친화정책의 포문을 열었다는 평가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롯데그룹 주가도 재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10월 30일 상장한 롯데지주 주가는 단 이틀 새 기준가보다 50%나 급등했다.
코스피가 올해 들어 20% 넘게 뛰어오르면서 2500을 돌파했지만 여전히 추가 상승을 예상하는 의견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2500선 돌파를 이끈 원동력으로 기업들의 실적 개선을 꼽고 있지만 '코스피 3000 시대' 개막의 트리거(방아쇠)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배당 등 주주환원 확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이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코스피 상장기업의 최근 10년간 배당금을 집계한 결과, 2016회계연도의 총배당금은 20조8947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섰다. 2013년의 총배당금이 11조5927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3년 만에 상장기업 배당이 두 배 수준으로 크게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의 배당은 여전히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취약한 수준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이 최근 주요 20개국 증시의 평균 배당수익률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배당수익률은 1.6%로 19위다. 한국보다 배당수익률이 낮은 나라는 인도(1.5%)밖에 없었다. 러시아(5.9%) 호주(4.5%) 영국(4.3%) 대만(4.1%)의 경우 연간 배당수익률이 4%를 넘는다. 배당수익률은 연간 총배당금을 전체 시가총액으로 나눈 값이다.
다만 현재 배당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앞으로 확대될 여지가 크고, 이에 따른 주가의 상승 여력도 크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배당수익률은 우선주 포함 현재 시가총액 400조원, 배당금은 지난해 기준 4조원으로 약 1%다. 내년부터 배당금이 10조원으로 늘어나면 배당수익률은 2.5%로 높아지게 된다.
그렇다면 배당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지난해 배당금이 전년 대비 100억원 이상 증가한 동시에 배당수익률이 3%를 넘는 배당 우수기업 12곳의 올해 주가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주가(10월 27일 종가 기준)가 올해 들어 평균 31.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 23.2%보다 8%포인트 이상 높은 셈이다.
지배구조 우수기업들의 주가상승률도 시장 수익률을 크게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매일경제와 대신지배구조연구소가 선정한 지배구조 우수기업 8곳의 올해 평균 주가 상승률은 35.3%로 집계됐다. 코스피보다 12%포인트나 더 오른 것이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팀장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주식시장에서 지주회사의 주가 상승이 두드러짐에 따라 기업 지배구조를 고려한 투자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기업 지배구조는 개선 과정에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의 기업 지배구조는 아시아에서 8위 수준에 그친다. 싱가포르, 홍콩, 일본, 대만은 물론 태국이나 말레이시아, 인도보다 순위가 뒤진다. 중국이 9위이니 한국 기업들의 지배구조가 얼마나 글로벌 시장에서 저평가를 받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다만 제도적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2012년 대선을 기점으로 경제민주화 정책이 강조됐고 2013년엔 신규 순환출자가 금지됐다. 메리츠종금증권 분석에 따르면 20대 기업집단의 지배율(동일지배인+특수관계인+계열사/전체 자본금-자사주)은 2011년 40.5%에서 지난해 37.7%로 낮아졌다. 문재인정부 역시 재벌개혁을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다. 핵심 정책으로는 대기업집단의 경제적 지배력 남용 방지, 중소기업의 공정경쟁 보장, 소비자 권익 증진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정부는 4대 그룹을 향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강하게 요구하면서 의결권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닻을 올린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도 코스피의 '레벨 업(Level up)'에 상당한 보탬이 될 전망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주주이익 강화를 목적으로 기관투자가들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유도하기 위한 지침이다. 현재 7개 자산운용사와 1개 자문사 정도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는 데 그치고 있지만, 향후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동참하면 기업 감시가 강화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연금은 내년 초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할 것이 확실시된다. 단순한 의결권 행사뿐 아니라 경영전략, 위험관리, 지배구조 등 모든 경영 문제에 대해 기관들의 적극적인 주주 제안이 이뤄질 전망이어서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국내에 정착되면 기업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배당수익도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기관투자가들이 배당 확대, 이사회 독립성 제고 등에서 제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상장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신헌철 기자 /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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