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국제유가, 2년만에 60달러 넘었지만…조선·정유·화학 표정은 제각각
입력 2017-10-31 17:12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산유국이 원유 감산 시한을 연장할 조짐을 보이면서 정유·화학·조선 산업이 받을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유·화학 업계는 유가가 오르면 당장은 실적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익성 훼손 가능성이 있다. 반면 조선업계는 해양플랜트 발주 시장이 활발해지는 걸 기대하는 눈치다.
3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0.5%(0.25달러) 오른 54.1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12월물 브렌트유도 전 거래일 대비 0.76%(0.46달러) 오른 60.90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와 WTI 가격은 각각 지난 2015년 7월과 올해 2월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국제유가 상승이 가장 반가운 건 조선업계다. 지난 2015년부터 수주 부진에 시달리다 올해 들어서야 보이기 시작한 회복세가 유가 상승으로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초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선까지 떨어지자 글로벌 오일 메이저들은 대규모 해저 유전 개발 사업을 줄줄이 연기했다. 이후 OPEC와 비OPEC 회원국들이 원유 감산을 합의한 뒤 유가가 배럴당 40달러~50달러선에서 움직이는 걸 확인한 올해 들어서야 지난해 연기한 프로젝트를 발주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오일메이저들은 배럴당 60달러 수준이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 수준을 높였다"며 대규모 유전 개발 프로젝트 발주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유가 상승은 조선업체들이 다 만들어 놓고 인도하지 못한 드릴십의 처분 가능성도 높인다. 드릴십은 해저 유전을 탐사하는 장비다. 대우조선해양은 미국 트랜스오션사로부터 수주한 드릴십을 당초 일정보다 빠른 지난 28일 인도했다.
정유·화학 업계의 분위기는 조선업계보다 차분하다. 국제유가 상승이 단기적으로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실제 영업을 통한 수익 창출에 도움이 되는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정유업체와 화학업체는 각각 원유와 원유정제 부산물인 납사를 원재료로 사용한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미리 사둔 원재료의 가격도 올라 해당 분기 영업이익에 재고평가이익이 포함된다. 다만 원재료를 다시 시장에 파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실제 기업의 금고에 돈이 들어오지는 않고, 장부상 이익만 늘어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의 등락과 국내 정유사들의 수익성 사이의 상관관계는 크지 않다"며 "재고평가이익도 다음분기 유가가 떨어지면 다시 재고평가손실로 상쇄된다"고 말했다. 오히려 국내 석유제품 가격이 올라 소비자들로부터 원성을 듣는 데 대해 정유업계는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화학업계는 유가 상승이 경쟁자를 늘리는 악영향을 불러오기도 한다. 국내 화학업체들은 납사를 분해해 얻는 에틸렌을 팔거나 재가공하지만, 유가가 오르면 셰일가스 부산물인 에탄을 분해해 만든 에틸렌이 시장에 나올 수 있어서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은 심리적 요인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관련 업계 시황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OPEC와 비OPEC 산유국들이 내년 3월로 예정된 원유 감산 시한을 연장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발언들이 전해지면서 유가가 올랐지만, 시장 상황은 변한 게 없다는 것이다.
실제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60달러를 돌파한 지난 27일은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위계승 서열 1위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원유 수급을 안정화할 수만 있다면 뭐든 하겠다"는 발언이 전해진 다음날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배럴당 40~60달러의 밴드를 두고 하단에서는 셰일오일 생산이 줄고, 상단에서는 다시 늘어나는 원유시장 구도가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