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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인터뷰] 유재신 “아버지께 바치는 우승 반지 뿌듯해”
입력 2017-10-31 16:15 
지난 7월 31일 KIA 타이거즈로 트레이드된 유재신(왼쪽)은 3개월 뒤 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양현종의 포효와 함께 KIA가 통산 11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양현종의 바람과 다르게 우승 헹가래 장소는 광주가 아닌 서울이었다. 하지만 유재신에게는 매우 의미 있었다. 33년 전 아버지가 역전 홈런을 날리며 우승을 일궜던 장소였다.
유재신은 박철우-박세혁에 이어 역대 2번째 부자(父子)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록을 세웠다. 그의 아버지는 지난해 9월 1일 신장암 투병 중 별세한 故 유두열. 1984년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8회 역전 3점을 쏘아 올리며 롯데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끌었다. 그 해 한국시리즈 MVP까지 수상했다.
유재신은 부자 한국시리즈 우승 기록을 세워 영광이다”라며 많은 야구팬이 아버지를 회상하면, 한국시리즈 7차전 역전 홈런 순간을 떠올리지 않는가. 그 장소에서 우승을 하게 돼 뜻 깊다”라고 말했다.
유재신은 드디어 우승 반지를 끼게 됐다. 소원 하나를 이뤘다. 아버지 영전에 우승 반지를 바칠 수 있게 됐다. 아버지의 묘소는 일산의 한 교회 부근 나무 밑이다. 아버지가 투병생활을 하며 어머니와 함께 신앙생활을 했던 교회다. 유재신은 우승 반지를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바칠 수 있어 정말 뿌듯하다”라고 웃었다.
사실 우여곡절 끝에 경험한 첫 우승이었다. 유재신은 7월 31일 오전까지만 해도 KIA가 아닌 넥센 소속이었다. 2대2 트레이드로 KIA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트레이드의 중심은 그가 아닌 김세현이었다.
유재신은 백업 외야수였다. 1군에서도 자리가 없었다. 7월까지 엔트리 등록과 말소를 세 차례씩 했다. 트레이드 전까지 16경기를 뛰는데 그쳤다. KIA 유니폼을 입은 뒤에도 유재신은 9경기 밖에 출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한국시리즈 엔트리(30명)에 이름을 올렸다.
유재신은 솔직히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트레이드 이후에도 많은 경기를 못 뛰었다. 그런데 올해부터 한국시리즈 엔트리가 28명에서 30명으로 확대됐다고 하더라. 그래서 ‘혹시나 싶었다. 잘하면 내가 들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 상상했다. 감독님께서 이렇게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라고 했다.
내가 안 뛰는 게 팀이 편하게 우승할 수 있는 것이다.” 유재신은 한국시리즈 출전에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출전 지시가 없어 조바심을 내지도 않았다.
유재신의 아버지이자 롯데 자이언츠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 故 유두열.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그렇지만 유재신도 경기에 나가 팀 우승에 이바지했다. 그는 한국시리즈 4·5차전에 교체로 출전했다. 특히 4차전에서는 4-1의 9회초 안타를 때린 김민식의 대주자였다. 그는 2루 도루 시도로 포수 양의지의 타격 방해 실책을 유도했으며, 이명기의 희생번트에 이어 김주찬의 땅볼로 홈을 밟았다. 쐐기 득점이었다.
유재신은 자신을 ‘행운아라고 표현했다. 정규시즌 1위 팀으로 트레이드 됐고, 엔트리 확대로 이름을 올려 우승 세리머니까지 할 수 있었다. 그는 그 동안 2군에 머무르면서 내가 별로 한 게 없다. 그런데 이렇게 우승을 했다. 난 정말 운이 좋다. 넥센의 전 동료들도 상당히 날 부러워한다”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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