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누구라도 동일한 결과 발생했을 것" 경찰 내부 백남기 살수차 요원선처 탄원 9천명 육박
입력 2017-10-31 13:46 

"칠흑 같은 어둠, 차벽이 무력화될 위기 앞에서··· 그 자리에 누가 있었어도 동일한 결과가 발생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난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고(故) 백남기씨에게 물대포를 쏜 경찰 살수차 요원들을 검찰이 재판에 넘기자 이들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글이 경찰 내부망에 봇물을 이루고 있다. 첫 탄원글은 지난 19일 경찰 내부망에 올라왔다. 탄원서가 올라온 지 5일째인 지난 24일 탄원 동참자는 3088명이었고, 31일 오전 현재 서명자는 9000명에 달하고 있다. 곧 1만명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살수차 요원은 충남지방경찰청 소속 한모(39)·최모(28) 경장. 이같은 호소 글을 올린 사람은 한·최 경장이 속한 충남지방경찰청 소속으로 당시 행정팀장이었던 동료 경찰관이다.
한·최 경장은 지난 2015년 11월 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 투입돼 백남기씨를 향해 직사살수를 해 이듬해 9월 25일 사망하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최근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현장요원들이 '직사살수 때는 안전을 고려해 가슴 이하를 겨냥한다'는 내용의 경찰 내부 규정 '살수차 운용지침'을 지키지 않았고, 가슴 윗부분에 직사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당시 집회관리 최종 책임자로 명시된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현장 지휘관이던 신윤균 총경(당시 서울청 4기동단장)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탄원 글을 쓴 이는 "검찰 수사 결과를 그대로 인용하더라도 직사 살수에 형식적·실체적 요건 및 절차위반이 없고 수압을 초과하지도 않았으며, 부상자 구호조치 의무도 해태한 바 없다"고 적었다. 이어 그는 "사건 당일 불법 시위대에 의해 경찰버스가 파손되고 최후 보루인 차벽이 무력화될 위기에 처했음은 물론 살수중인 차량과 연결된 소방호스를 시위대들이 절단해 더 이상 살수 할 수 없는 급박한 상황에서 충남청 살수차가 투입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탄원서 작성자는 "피탄원인들은 맡은 업무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했던 경찰관"이라면서 "한순간의 상황으로 본인과 가족들은 이미 많은 고통을 받았고 앞으로도 받아야만 한다"며 형사사건 재판부에 이들에 대한 선처를 호소했다.
현재 경찰 내부에선 각 지방청의 부서단위별로 글 작성자가 해당 글에 첨부한 탄원서 양식에 직원들 서명을 받아 제출하는 '서명릴레이'가 진행 중이다.
인터넷에서도 "폭력시위를 일으킨 사람들 책임도 크다"는 반응이 많다. 네이버 아이디 'gaia****'를 사용하는 누리꾼은 "백남기씨 돌아가신 건 안타깝지만 명백히 쇠파이프 등 폭력을 동원한 시위였다"고 적었고 다른 누리꾼은 "윗선에서 시킨 대로 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인데 지휘부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당시 집회에선 민노총과 전교조 등 53개 단체 소속 약 7만명(경찰 추산)이 경찰 저지선을 뚫고 청와대 쪽으로 행진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각목과 쇠파이프를 경찰에 휘둘렀다. 시위를 주도했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3년형을 받고 복역중이다.
[연규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