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내수가 밀어올린 현대차…최악터널 끝나나
입력 2017-10-11 17:57 
현대자동차가 내수 판매 증가로 주가 바닥 탈출을 위한 시동을 걸고 있다. 최근 한 달 새(9월 11일~10월 10일) 주가 상승률이 코스피의 4배에 달하고 있다.
각종 악재로 등을 돌린 국외 소비자 대신 현대차를 지지해준 국내 소비자가 이 같은 현대차 반등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공장 가동 중단 사태를 빠르게 봉합하고 매출의 34%를 차지하는 미국시장에서 획기적인 판매 정책을 내놓으면서 위기를 기회로 삼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따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국외 판매 감소세가 여전하다는 점은 주가 상승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1조681억원)보다 17% 증가한 1조2493억원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예상은 탄탄한 내수 판매 덕분이다. 현대차의 지난달 국외 판매량은 34만1281대로 작년 9월보다 1.3% 감소했지만 국내에선 지난 9월 5만9714대로 1년 새 43.7% 급증했다. 마진이 높고 판매량이 꾸준한 그랜저가 지난달 유독 잘 팔렸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주력 차종인 그랜저는 지난달 1만1283대가 판매돼 작년 9월보다 245.3%, 올해 8월보다 37.5% 증가할 정도로 선전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6월 출시된 신차 '코나'도 9월 판매량이 5386대에 달해 전달보다 27.3% 늘었다.
동급 수입차에 버금가는 성능에 가격이 낮은 제네시스 G70까지 지난달 출시되면서 내수 판매가 국외 실적 부진을 메울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G70 판매가 본격화하면 내년 현대차 내수 평균 판매 단가가 3%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G70의 경우 BMW나 벤츠의 같은 등급 경쟁차와 비교해 마력과 토크로 대표되는 엔진 성능이 대체적으로 우위에 있는 반면 1200만~2000만원 정도 가격경쟁력이 있다"며 "4분기 현대차 수익성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 4분기 현대차 영업이익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4분기 영업이익은 1조3816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5.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를 억누르던 국외 악재도 점차 걷히고 있다. 최근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중국 내 부품업체가 현대차에 부품 공급을 중단하면서 중국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지만 곧바로 공장이 재가동되면서 우려를 씻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의 올 9월 판매량은 8만5040대로 작년 9월(10만대)보다는 감소했지만 지난 8월(5만3000대) 대비 60% 늘어 올해 최대 기록을 세웠다.
일부에서는 중국 공장 중단에 대한 현대차 대처가 빠른데다 중국 내 시장에서 자리 잡겠다는 의지를 보여줘 전화위복이 되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박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2015년 러시아 경제위기로 미국 업체들이 철수할 때 현대차는 시장을 지켰고 이번 중국에서도 그런 철학을 보여준 것"이라며 "사드 악재가 해소되고 경쟁력 있는 신차 출시가 예상되는 내년에는 회복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현대차가 중국 내 분란을 빨리 마무리 지으면서 주가가 공장 중단 악재 이전으로 돌아갔다"며 "다만 중국 내 회복을 선언하려면 한 달에 10만대 이상은 팔아야 하고 작년 11월 이후 공장 2곳(충칭, 항저우)이 중국에 새로 생긴 것을 감안하면 월 13만대가 중국 판매 정상화 수치"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그동안 재고가 쌓이며 고전하던 미국시장에서도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이른바 '3일 전액환불' 프로그램이다. 미국 내 소비자가 구입한 현대차가 마음에 안 들 경우 3일 안에 돈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전략 시장인 미국에서 현대차는 1999년 '10년·10만마일' 보증을 도입해 판매량을 끌어올린 바 있다. 북미지역에서 현대차는 올 상반기 15조9430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는데 이는 전체의 33.9%에 달한다. 증권가 관계자는 "10만마일 보증으로 현대차는 글로벌시장에서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는데 이번에도 같은 맥락"이라고 전했다.
악재가 걷히면서 최근 한 달 새 현대차 주가는 12% 올라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2.9%)을 크게 웃돌고 있다.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62배로 주가 수준이 청산가치에 못 미치는 점도 매력적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FTA 재협상은 현대차에 남겨진 악재다. 업계에서는 FTA 철회로 관세 2.5%가 부활하면 현대차의 연간 영업이익이 2000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증권가 관계자는 "현대차 주가가 내수보다는 국외시장 경쟁력과 관련이 깊은 만큼 글로벌 차 경쟁력을 높이는 게 관건"이라고 밝혔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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