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시설공단(이하 시설공단)이 올해 안으로 수도권 광역철도 승강장에 스크린도어 설치 공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시설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시설공단은 수도권 광역철도 역사 중 스크린도어가 아직 설치되지 않은 130개역에 올해 9월부터 12월까지 110개역 스크린도어 설치 작업을 마치는 등 연내까지 130개역 공사를 마치겠다고 밝혔다. 임 의원은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스크린도어 설치 공사가 마무리된 역이 52개역에 그쳤는데 올해 남은 기간 동안 모든 역에 공사를 마무리하는 것이 가능하겠느냐"며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졸속 공사' 논란 역시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스크린도어 설치 공사 기간 동안 열차 운행을 멈추기 어려워 공사는 새벽에 진행될 수밖에 없다. 임 의원은 "설치 장비를 역으로 옮기는데 2시간이 걸리니 장비를 운반했다가 다시 치우는데만 4시간이 걸린다. 6시간 남짓한 시간 중 4시간을 장비를 옮기는데 쓰면 실제 공사 시간은 하루에 2시간에 불과하다"며 "새벽에 공사가 진행될 경우 근로자들의 과로 문제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에 위치한 수도권 광역철도 역 중 스크린도어가 미설치된 역은 서울역 신촌역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수색역(이상 경의중앙선), 서빙고역 한남역 도봉역(이상 경원선), 개포동역(분당선) 등이다. 출퇴근 유동인구가 많은 역이 포함된만큼 시설공단이 그동안 스크린도어 설치 문제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시설공단의 '도시철도 승강장 자살사고 발생현황' 조사에 따르면 자살사고 발생 건수는 2012년 41건에서 2016년 22건(사망 17건·부상 5건)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그러나 2016년 22건의 사고 중 21건이 스크린도어가 미설치된 역에서 발생한만큼 스크린도어 설치 공사가 조속히 마무리됐을 경우 인명 피해를 더욱 줄일 수 있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시설공단 관계자는 "올해 10월달까지 44개역 공사를 마치고 나머지 역은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공사를 완료할 수 있다"며 "관련 예산을 받을 때 선로시설, 역사시설 개량 작업에도 예산을 투자하면서 스크린도어 설치에만 예산을 집중 투자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공사가 새벽에 진행되는만큼 근로자들 안전과 관련해 상당히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안전에 문제없이 연말까지 마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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