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군구의 절반 가까이는 새집 수보다 정비가 시급한 노후주택의 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택 노후화 문제는 국가 전체나 시도 단위로 분석하는 것보다 시군구로 세분화해서 볼 때 더욱 심각했다.
11일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소속 유선종 교수와 노민지 박사가 올해 발표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를 분석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전국 229개 시군구 중 109개(47.6%)의 주택노후도가 1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노후도란 연구진이 새롭게 고안해 낸 개념으로 주택 사용승인 40년 초과 노후주택을 사용승인 5년 이하 신규주택으로 나눈 수치다. 연구진은 이 비율이 1을 넘기면 도시재생 및 농촌정비가 필요한 것으로 해석했다.
2015년 말 기준 국내 주택 수는 1636만7006가구이며 이 중 연식 40년 초과 노후주택은 115만3512가구(7.05%), 5년 이하는 207만2571가구(12.7%)다. 국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주택노후도는 0.55로 그리 심각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지역 단위로 쪼개서 분석하면 결과는 달라진다. 17개 시도별 주택노후도의 평균은 0.71로 아직 1을 넘지 않았지만 전남(1.87), 경북(1.68), 전북(1.38), 충남(1.05) 등 5개 도(道)는 1을 넘어섰다.
시군구 이하 단위로 쪼개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시군구 절반 가까이의 주택노후도가 1을 넘어섰고 평균 역시 1.65에 달했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대도시보다 농촌지역 중심으로 두드러졌다. 강원도는 도내 18개 시군구 중 춘천, 원주를 제외한 16개(88.9%)가 주택노후도 1을 넘어섰다.
서울은 25개 구 중 종로·용산·성북 등 3개 구(12%)가 주택노후도 1을 초과했다. 부산은 16개 중 4개(25%), 대구는 8개 중 3개(37.5%)를 기록했다. 주택노후도가 1을 넘는 지역의 비율은 읍면동 단위로 쪼개서 분석하면 더욱 높아졌다. 서울은 424개 중 101개로 23.8%를 기록했으며 부산은 206개 중 84개(40.8%), 대구는 139개 중 66개(47.5%)가 주택노후도 1을 초과했다. 읍면동 단위 주택노후도 평균은 4.87에 달했다. 유선종 교수는 "주택노후도가 1 이상인 곳은 과거 경제성장기 대량으로 공급된 주택이 동시에 노후화되는 반면 신규주택에 대한 수요는 뒷받침되지 않은 탓에 주택 정비가 제때 이뤄지지 못해 도심 공동화, 지역 슬럼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지역에 대한 도시재생 및 농촌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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