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행복한 닭` 실현 하림 정읍공장…"최소한의 공간은 보장해야"
입력 2017-10-11 14:10 
하림 정읍공장 [사진제공 = 하림]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식품·유통업계는 조류독감(AI) 사태, 살충제 달걀 파동 등으로 홍역을 앓았다. 삽시간에 전국 농가를 휩쓴 조류독감에 놀란 여론은 일명 'A4용지 닭장'으로 불리는 밀집 운영 행태를 비난했다. 닭들이 뛰어놀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동물복지 차원의 주장이다.
국내 최초로 동물복지 도계 공정을 활용한 공장이 전북 정읍에 있다. 국내에서 동물복지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할 때인 지난 2012년 하림 정읍공장은 이름도 생소한 유럽식 동물복지시스템을 도입했다. 유럽식 동물복지시스템은 닭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정읍공장은 자동포획설비, 이산화탄소(CO2) 가스실신 등 기존 도계공장이 시도하지 않은 시설을 운영 중이다. 도계공정 상의 동물복지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하림 정읍공장을 찾아 확인하고 왔다.
대다수 양계 농가들은 닭을 잡을 때 작업자들이 돌아다니며 일일이 닭을 포획한다. 이 때 작업자를 피해 도망 다니는 닭은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닭털, 먼지 등이 날려 농장 안이 쑥대밭이 된다. 정읍 공장은 계약을 맺은 농가에 자동포획기를 설치해 이 같은 일을 방지한다. 농가 안에 기계를 설치해 닭들이 기계에 올라 스스로 박스에 담기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정낙운 하림 정읍공장 생산팀장은 "과거 닭을 집어 던지며 운송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이제는 닭을 어떻게 하면 안전하고 스트레스를 주지 않게 할지 고민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이렇게 포획된 닭이 공장에 도착해 처음 들르는 곳은 상하차장이다. 이곳에 도착한 닭은 6시간 동안 '피로회복' 시간을 갖는다. 포획 과정에서 닭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시스템을 구성한다 해도 이동 중에 받는 스트레스가 있기 때문이다. 정읍공장에선 닭들이 충분히 휴식을 취하도록 공정을 구성했다. 다른 공장들이 공장에 도착한 닭에게 주는 회복시간은 길어야 3~4시간이다. 정읍 공장은 동물 복지 차원에서 그 시간을 2배 늘렸다.
충분히 회복한 닭들이 다음으로 이동하는 곳은 이산화탄소 가스실이다. 대부분의 도계장이 전기충격을 가해 닭을 실신시킨다면, 정읍공장은 가스실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닭이 자연스레 실신하도록 돕는다. 실신 과정에서도 스트레스를 최대한 받지 않도록 해 동물복지를 실현한다.
정 팀장은 "가스실신 방식이 닭들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효과만 있는 게 아니다"라며 "이산화탄소 실신 방식은 모세혈관과 같은 약한 부위의 손실을 줄여 육질을 더욱 부드럽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닭이 실신한 후 공장에서는 실신한 닭을 공장 라인에 거는 현수작업, 닭털을 뽑고 도살하는 작업 등 일반적인 도계과정이 이어진다. 다만 정읍 공장이 다른 공장과 차별화된 점은 바로 자동선별시스템(VQIS·Visual Quality Inspection System)이다. 공장 2층에 마련된 VQIS실에서는 공정을 마친 닭을 한 마리씩 촬영해 제품 상태를 살핀다. 연구원들이 제품 상태를 살펴보며 특정 부위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고 그 결과를 각 사육농가에 보고(피드백 과정)한다. 닭을 사육하는 농가에 개선점을 알리는 동시에 앞으로 사육하며 유의할 사항을 고지하는 것이다. 정읍공장은 닭을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키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농가와 함께 한다.
이재선 하림 정읍 공장장은 "직원에게 강조하는 사항은 하나"라며 "우리가 생산하는 제품은 곧 우리 가족이 먹는 제품이라고 생각하자고 말한다"고 밝혔다. 건강한 닭을 키워내 건강한 제품으로 발전시키자는 생각이다.
정읍 공장에선 하루 평균 23만 마리의 닭이 하림 프레시업(Fresh-up) 제품으로 생산된다. 지난 AI사태, 살충제 달걀 파동 등으로 한 때 일평균 18만 마리까지 생산이 줄었지만 금세 평년 생산량을 회복했다. 그 비결을 묻는 질문에 정 팀장은 "건강한 닭을 키우려는 농가와 공장의 노력이 있었다"면서 "앞으로 여러 소규모 농가와 함께 발전하면서 동물복지시스템 도입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재 리모델링 중인 하림 익산 공장도 정읍 공장의 동물복지시스템을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뉴스국 김경택 기자 / 김동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