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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자24시]‘남한산성’마저…CJ 영화, 연이은 부진이 마땅한 이유
입력 2017-10-11 09:17  | 수정 2017-10-11 12:06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일단 겉은 화려하다. 거대한 제작비와 충무로 스타들을 한데 모아둔 출연진, 어마어마한 스크린 수에 치밀하고도 탄탄한 홍보 전략까지. 하지만 결국 무너져버린다. 부족한 작품성에, 과도한 욕심에, 각종 논란으로 인해. 올해의 최고 망작 ‘리얼을 비롯해 ‘불한당, ‘군함도 등에 이어 잘 나가던 ‘남한산성마저 개봉 닷새 만에 고꾸라졌다. 손익분기점 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1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남한산성'은 10일 하루 동안 5만 6612명의 관객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2위를 지켰다. 누적 관객 수는 331만 834명.
2위 자리는 지켰지만 관객 수는 급락했다. 개봉 첫날인 지난 3일 전국 44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쾌조의 출발을 알렸지만 딱 5일 천하였다. 긴 추석 연휴가 끝난 점도 작용했지만 개봉 후 엇갈린 평가 속에 지루하다”는 부정적 평을 이겨내지 못한 것.
지난 8일 상대적으로 약체로 평가 받았던 ‘범죄도시가 다크호스로 급부상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반면, 흥행과 호평을 호언장담하던 ‘남한산성은 손익분기점 돌파도 힘겨운 모양새다. 무려 150억의 제작비가 투입된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약 500만. 스크린을 1000개 이상 지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갈 길은 멀다.

앞서 CJ E&M은 260억원을 들인 ‘군함도의 부진으로 올 3분기 영화 부문에서만 2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흥행뿐만 아니라 작품성에 대한 논란도 불거지면서 영화 상영 기간 내내 불명예를 떠안아야 했다. 설경구·임시완 주연의 ‘불한당은 해외 영화제에서 초청 받으며 관심을 모았지만 불필요한 구설에 올라 순식간에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40만 관객수만큼이나 충격적인 혹평을 받은 김수현, 설리의 ‘리얼은 또 어떠한가.
한 때 한국 극장가는 내적인 역량이 턱 없이 부족하더라도 그저 볼거리가 풍부한 할리우드 대작에 무작정 열광하기도 했다. 하지만 관객의 눈높이는 높아졌고 니즈는 더 다양해졌다. 상상이상의 거대 자본을 투자해 완성한 외화라도, 내실이 부족하면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번지르르한 겉모습을 치장하는 것에만 바쁘니, CJ 영화들의 참패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 많은 무기들을 좀 더 진중하고 똑똑하게 사용한다면 좋았을 것을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문뜩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 들었던 대배우 A씨의 말이 떠오른다. 이렇게 많은 영화를 찍었는데, 여전히 관객들을 만나기 전엔 떨리나요?”라고 물었다. A씨는 논란이고 뭐고 나는 몰라. 그저 잘 만들면 관객들은 외면하지 않거든. 그들이 등을 돌릴 땐 결국 제대로 못 만들었을 때 뿐이지. 부족한 건 부끄럽지 않지만 오만한 건 부끄러워. 그래서 매번 떨리지. 혹시나 이번에는 (내가) 오만했을까봐.”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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