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어금니 아빠 딸도 범행 가담 "수면제 먹여 잠들게 해…돌아와 보니 죽어 있었다"
입력 2017-10-11 07:25  | 수정 2017-10-18 08:05
어금니 아빠 딸도 범행 가담 "수면제 먹여 잠들게 해…돌아와 보니 죽어 있었다"



딸의 여중생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어금니 아빠' 이모(35)씨가 살인 혐의를 시인했습니다. 이씨 딸은 피해자에게 수면제를 건네고 시신을 내다 버리는 데 동참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 중랑경찰서는 10일 "이씨가 딸 친구 A양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사실을 시인했다"면서 "범행동기와 살해 방법에 대해서는 진술을 회피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이날 이씨와 딸을 추가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이 씨는 종전까지 A양 시신을 내다 버린 사실은 인정했으나 A양을 살해하지는 않았다며 살인 혐의는 부인했습니다.

이씨 딸은 집으로 찾아온 A양에게 수면제를 건넸고, A양이 숨진 뒤에는 이씨와 함께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앞서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A양 혈액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감정 결과를 회신받았습니다.


이씨 딸은 경찰에서 "A에게 '집에서 영화를 보고 놀자'고 해 집으로 데려와 수면제를 먹여 잠들게 하고 나가서 다른 친구들과 놀다 집에 들어오니 A가 죽어 있었다"면서 "아버지로부터 '내가 죽였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이씨 딸과 A양은 초등학교 때 친하게 지낸 사이였고, 과거에도 이씨 집에 여러 차례 놀러온 적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씨는 사망한 부인이 생전 좋아했던 아이라는 이유로 A양을 부르라고 딸에게 시킨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씨 딸은 A양이 집으로 찾아오자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건네 마시게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수면제는 불면증에 시달리던 이씨가 집안에 다수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경찰은 이씨 딸이 A양에게 수면제를 먹이기로 전날 아버지 이씨와 모의했으나, 살인행위로 이어질 것을 딸이 알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아버지가 시킨 행동을 꼭 해야 했는지는 추가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씨 딸은 이후 A양 시신을 검정 여행용 대형 가방에 담아 이씨와 함께 차량에 싣고 강원도 영월 야산에 버렸다고 경찰에 자백했습니다.

이씨는 A양을 살해한 뒤 형과 지인 박모(구속)씨를 만났고, 박씨 차량을 이용한 것 외에는 특별히 다른 사람을 만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씨는 이날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하면서 "딸에게 미안하다"며 흐느꼈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숨진 A양 시신 부검 결과 성폭행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고, 이씨에게서 그와 관련한 성적 취향도 확인된 바 없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경찰은 또 이씨가 과거 지적·정신장애 2급 판정을 받은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씨는 숨진 아내 영정사진을 들고 노래를 부르는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거나 아내 시신을 염할 때 아내 몸에 입 맞추는 등 다소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씨는 이와 함께 트위터 등 SNS에서 청소년들의 고민을 들어주며 자신이 해결해주겠다는 취지로 말하거나 상담을 해준다고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이씨가 범행 당시에도 장애 등급이 2급 정도였던 것으로 보고 있지 않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장애) 등급을 받았다고 해도 증세가 호전될 수도 악화할 수도 있다"면서 "현재로써는 그 정도(2급)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이씨가 인터넷에 올린 글들을 보면 차량 튜닝 관련 전문 용어를 사용하거나 애견 관련 지식을 드러내며 정신장애로 볼 수 없는 정황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경찰은 11일 오전 9시 30분께 살해 장소인 이씨의 중랑구 자택에서 현장 검증을 할 계획입니다. 시신유기 장소인 강원도 영월에서는 현장 검증을 할 계획이 없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경찰은 이씨 범행을 도운 혐의(시신유기)로 이씨 딸에 대해서도 이날 오후 9시 45분께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30일 A양 가족의 실종신고를 받고 주변 수색을 하다 이달 2일 이씨의 집안까지 들어갔지만, A양의 흔적이나 범행 흔적을 발견하지는 못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만 해도 그 집은 아무 상관 없는 것으로 보여 영장을 받아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면서 "피해자 부친의 친구 사다리차를 이용해 들어갔으나 살인을 추정할 상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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