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단독] 나이·소득 입력하면 빅데이터로 금융상품 추천
입력 2017-10-10 17:28  | 수정 2017-10-10 19:24
신한銀, 국내 첫 빅데이터상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토대로 고객 금융 상태를 분석하고 예·적금상품 등 재테크 전략을 제안하는 빅데이터 서비스가 은행 영업 창구에 처음으로 등장한다. 그동안 외식이나 카드 업계에서 고객의 결제 내역을 토대로 다양한 빅데이터 마케팅 전략을 내놓은 적은 있었지만 은행에서 이 같은 서비스를 내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오는 16일 전국 영업점 700여 곳에 설치된 디지털 창구에 고객이 태블릿PC로 자신의 금융 정보를 입력하면 사전에 분석된 빅데이터에 따라 같은 조건을 갖춘 사람들의 자산과 예·적금, 펀드 투자금액 등을 한눈에 보여주는 빅데이터 상담 지원 시스템을 도입한다.
디지털 창구는 영업점을 찾은 고객이 태블릿PC를 통해 자세한 상품 내용과 약관 등을 확인하고 종이 서류 없이 서명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지난 3월 신한은행이 전국 모든 영업점에 도입한 바 있다. 점포에 설치된 창구 수로 따지면 총 7000여 개의 태블릿PC를 통해 빅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30대 직장인 A씨가 이 서비스를 활용하는 경우 우선 영업 창구에 비치된 태블릿PC에 성별(남자)과 거주 지역(서울 마포구), 연령대(30대)와 직업군(사무직), 거주 형태(아파트 전세)와 소득수준(월 400만원), 결혼 여부와 자녀 유무 등 10가지 기본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그러면 국내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A씨와 10가지 조건이 모두 똑같은 사람들은 평균 5000만원의 금융자산을 갖고 있고 월 100만원을 저축하며 70만원을 소비하고 있다는 빅테이터 정보가 실시간으로 나온다. 심지어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신용·담보대출 종류별 거래금액까지도 비교해볼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의 저축·소비 습관에 비춰볼 때 A씨가 얼마나 바람직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지를 평가해 '당신의 금융생활 점수는 ○○점'이라고 알려주며 자신이 제대로 돈을 쓰고 있는지도 확인이 가능하다.

이 정보를 보고 '다른 사람보다 부족한 저축액을 늘리고 싶다'고 생각한 금융 고객이라면 비슷한 조건의 신한은행 고객이 어떤 예·적금에 가입했고 무슨 신용카드를 쓰고 있는지 찾아볼 수 있다. 만약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부자들이 무슨 펀드에 가입하는지가 궁금하다면 예금 1억원 이상의 자산가들이 찾는 베스트 상품을 확인하면 된다. 전문가의 선택을 따라하고 싶다는 사람을 위해 신한은행 직원들이 많이 가입한 상품을 볼 수 있는 메뉴도 만들었다. 신한은행은 자체 빅데이터를 통해 기본적인 정보뿐 아니라 거주 형태 등 전반적인 자료를 구축했고 이를 토대로 무려 970만개에 달하는 자료 그룹을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고객이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그에 맞는 그룹을 찾아내 해당 그룹에 속한 사람들의 평균 경제활동 내용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 같은 빅데이터 상담 서비스가 도입되면 은행 영업 판도가 이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은행 창구에서는 딱히 근거를 삼을 만한 데이터가 없다 보니 상담 직원의 역량이나 경험에만 의존해 재무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 직원과 1대1 채팅 정도만 가능한 모바일 뱅킹도 마찬가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빅데이터에서 나온 객관적인 수치를 통해 상담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 핵심인 빅데이터가 고객들의 재테크 포트폴리오 수립에 실제로 적용되는 첫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빅데이터의 정확성을 보다 높이기 위해 신한은행은 현재 원래 표본보다 2배 더 많은 2만명을 대상으로 금융 생활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내년에는 빅데이터 상담 서비스를 더욱 정교하게 구축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신한은행에 입·출금통장만 갖고 있고 환전 거래를 자주하는 고객이 모바일 써니뱅크에서 환율을 검색할 경우 '여행자금용 적금에 가입하면 추가 환율우대 쿠폰을 준다'는 메시지를 보내 적금 신규 가입을 유도하는 것이다. 그동안 영업점과 모바일 등 온·오프라인 양쪽에서 은행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들의 거래 습관을 수집해 체계화한 빅데이터 덕분에 가능한 전략이다. 현재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테스트 마케팅을 하고 있으며 이르면 올해 안에 정식 도입할 예정이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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