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지적·정신장애 2급 `어금니 아빠`…고급견·차량 사고 파는 `거래의 달인`
입력 2017-10-10 15:51  | 수정 2017-10-10 21:02

여중생 딸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어금니 아빠' 이 모씨(35)가 뒤늦게 지적·정신장애 2급 장애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장애등급 판정을 전후해 차량 튜닝이나 고급 애견 교배에 대한 전문가적 조예를 드러내며 온라인에서 수차례 거래를 하는 등 지적 장애인으로 볼 수 없는 행적이 매일경제 취재결과 드러났다. 특히 사망한 김모양(15) 시신에선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고 이씨 딸도 "아버지가 친구를 초대한 뒤 날보고 나가서 놀라 말했다"고 진술하는 등 범행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장애인' 탈을 쓴 영악한 범죄자가 아니냐는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10일 경찰과 중랑구청 등에 따르면 이 씨는 재작년 12월 보건복지부로붙터 지적·정신장애 2급으로 장애인등록증을 발부 받았다. 최초 등록일은 지난 2011년 3월로 지적장애 3급과 정신장애 3급으로 중복장애 합산 기준에 따라 2급 판정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적장애 판정 등급표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이 씨와 같은 장애 등급을 받은 장애인을 "지능지수가 35이상 60미만인 사람으로 일상생활의 단순한 행동을 훈련시킬 수 있고, 어느 정도의 감독과 도움을 받으면 복잡하지 않고 특수기술을 요하지 않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매일경제가 2010년부터 최근까지 이 씨 행동반경을 추적한 결과 장애인이라고는 볼 수 없는 행동들이 곳곳서 드러났다. 지난 2011년 이 씨는 딸 아이의 아이디를 빌려 한 중고거래 카페에서 "A기종이 며칠 전 진저 2.3.3(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속도 등 만족도가 더욱 좋아졌다"며 "(휴대폰 매장에서)고객이 돈 주고 구매할 시 2년 약정 걸고 41~42만원을 줘야 하는 데 36만원으로 판매를 시작해 보려고 한다"고 적었다.
중고차를 튜닝하고 온라인서 거래하는 과정에서도 전문 용어를 섞어 말하며 지식을 뽐냈다. 이 씨는 지난 2010년 한 차량 튜닝전문업체에 견적을 문의한 게시글에서 "천장과 필러a,b,c,d(무드등) 풀, 1열 리무진 버겟 시트(등받이 고정형 시트)와 리무진 헤드레스트(좌석 머리 받침), 2열과 3열 리무진 시트 가능하다면 버겟으로하고 헤드레스트를 풀로 해달라"고 요청한 뒤 "출고 날짜가 안 잡혀서 우선 다른 작업하고 시트해야 한다. 진정한 단골이니 견적을 잘 내달라"고 업체에 당부했다. 앞서 이씨는 다른 온라인 사이트에서 중고차를 파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씨는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애견을 사고팔면서도 이 분야에 대한 조예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씨는 닥스훈트와 미니독 같은 애견을 사고팔면서 "장모(長毛)는 장모끼리 단모(短毛)는 단모끼리 교배해야 한다"며 "분양가격 때문에 부모 한쪽이 단모일 경우가 많은데 (한쪽 부모만 장모인)믹스견 자체는 닥스훈트 품종이라 할 수 없다"고 적었다.
최준호 한양대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지적·정신장애 2급은 완전히 독립적인 생활은 못하고 간간히 주변에서 도와줘야 생활이 가능한 정도"라며 "2급이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고, 지적 장애 3급과 정신장애 3급으로 병합된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정신과 전문의들은 의아하다고 생각할 만 상황"이라고 말했다.
"내가 자살하러 타놓은 약을 김양이 우연히 먹고 죽었다"고 주장한 이씨 진술도 속속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날 서울 중랑경찰서에 따르면 김양의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한 결과 피해자 혈액에서 수면제인 졸피뎀 성분이 검출됐다는 통보를 구두로 받았다. 이 씨의 딸도 경찰조사에서 "아빠가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집으로 오라고 했고, 나에게는 나가 있으라고 했다"며 "나중에 아빠가 수면제를 먹이고 반항해 때렸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수면제를 타 먹이고 딸을 내보낸 뒤 살해한 정황 등이 의심되지만 국과수 부검 결과 성폭행 흔적은 없는 상황에서 이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 중이다. 이날 경찰 조사에서 이씨는 여중생 김모양 살해 사실을 시인했다. 경찰은 딸 이모양 도 범행 가담 정황을 포착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유준호 기자 / 임형준 기자 / 박재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