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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인터뷰] 양의지의 6번째 가을야구 준비 “두려움 없다”
입력 2017-10-10 05:59 
양의지는 6번째 가을야구를 준비하고 있다. 1년 전보다는 좀 더 빨리 시작한다. 그러나 같은 곳에서 마무리를 짓고 싶다. 사진=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이상철 기자] 올해 가을야구의 바람은 남부지방에서 강하게 불고 있다. 창원, 부산을 거쳐 다시 창원이다. 정규시즌 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KIA의 연고지도 광주다.
현재 중부지방에서는 쐴 수 없다. 그러나 가을야구의 바람은 다음 주 북상한다. 잠실구장으로. 그리고 이미 그 곳에서는 가을야구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두산은 구슬땀을 흘리며 기다리고 있다. 다들 표정은 밝다. 그리고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준비는 잘 되고 있다.”
두산은 디펜딩 챔피언이다. 2015년과 2016년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다. 삼성의 시대를 지나 두산의 시대다. 혹자는 두산 왕조라고 부른다. 올해도 우승후보로 꼽힌다. 정규시즌 최종일까지 KIA의 선두 자리를 위협했다.
그런 두산 전력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이가 있다. 그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했다. 포수로서는 1991년 장채근(해태) 이후 25년 만이었다. 올해도 그는 역대 2번째 한국시리즈 3연패에 도전하는 두산의 중심축이다.
◆2위로 마친 정규시즌
플레이오프 준비에 여념이 없는 양의지(30)를 연휴기간 잠실구장에서 만났다. 누군가는 쉬고 있으며, 누군가는 한창 포스트시즌을 진행하던 때였다. 그는 멋쩍게 웃었다. 7월 25일 복귀 이후 언론과 인터뷰는 처음이었다. 후반기 들어 별로 한 게 없어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양의지는 6월 25일 잠실 롯데전에서 박세웅의 공에 손가락을 맞았다. 미세골절로 1달을 빠졌다. 그가 올해 가장 마음고생이 심했던 시기였다. 팀이 5위권에 있던 시기였다. 올라가야 하는 중요한 때였는데 다쳤다. 팀이 연패까지 빠지면서 (내가 힘을 보태지 못해)많이 아쉬웠다.”
양의지의 후반기 성적은 51경기 타율 0.217 5홈런 23타점 16득점. 전반기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 3년 연속 타율 3할 및 20홈런 도전은 좌절됐다. 개인 성적은 최근 들어 가장 좋지 않았다. 준비를 제대로 못 하고 급하게 돌아왔다. 팀에 도움 주고 싶었는데 오히려 독이 됐다. 민폐만 줬다.”
하지만 양의지의 복귀 이후 두산은 놀라운 연승 행진을 달리며 치고 나갔다. 이 기간 두산은 37승 2무 17패(승률 0.685)를 기록했다. KBO리그 10개 팀 중 승리가 가장 많으면서 패배가 가장 적었다. 양의지도 위안을 삼았다. 개인 성적이 좋지 않아도 난 팀을 이끌어야 할 위치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팀의 승리였다. 많이 이기는 것이 중요했다. 위로가 됐다.”
5월 초까지만 해도 두산을 향한 시선에는 의문도 있었다. 예년과 달리 연패가 잦았다. 경기력도 떨어졌다는 평이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이는 없었다. 올라갈 팀은 올라가기 마련이다. 그리고 성적표는 지금이 아니라 시즌이 끝난 뒤 받는 것이다. 동요되지 않았다. 평소 하던 대로 했다. 어차피 시즌이 다 끝나면 성적이 나온다. 그래도 4,5위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생각보다 후반기 페이스가 좋아 2위까지 올라갔지만.(웃음)”
포수 양의지가 복귀한 뒤 두산은 더욱 상승세를 탔다. 사진=김재현 기자
양의지가 생각하는 두산 후반기 오름세의 비결은 무엇일까. 두산은 후반기 팀 타율(0.295) 2위-팀 평균자책점(3.90) 1위로 투-타 균형이 완벽했다. 7회까지 리드한 30경기에서 승률 100%를 과시했다.
선수들이 제 컨디션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투수가 부진하면 야수가 받쳐줬고, 반대로 야수가 부진하면 투수가 받쳐줬다. 거기다 김강률(후반기 평균자책점 1.42 5승 7세이브 10홀드)이 정말 잘 해줬다. 1점차 승부에서도 투수들이 잘 해줘 잡을 경기를 잡았다.”
양의지는 ‘좋은 순위라고 표현했다. 두산은 KIA에 2경기 뒤진 2위로 정규시즌을 마감했다. 정규시즌 마지막 날, 기적 같은 뒤집기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KIA는 이겼고 두산은 졌다. 두산의 포스트시즌 기다림은 더 길어질 수 있었다. 그 아쉬움은 없을까.
양의지는 개의치 않아했다. 그리고 과거보다 미래를 바라봤다. 그렇지 않다. (역대급 시즌이라고 말씀을 하시지만)평소처럼 같은 1경기를 하는 것이었다. 그 1경기에 집중하고자 했다. 상대(KIA)가 워낙 잘 했다. 결국 하늘이 정해주는 것이다. (2위가 돼)물론, 아쉽기도 했다. (놓쳤던)몇 경기가 머릿속을 스쳐가더라. 그런데 감독님께서 ‘초반 고전했던 걸 상기하면, 2위도 충분히 잘 했다라고 말씀해주셨다. 이제는 재정비와 함께 포스트시즌을 잘 준비해야 할 때다.”
두산의 완벽한 우승을 이끈 양의지는 2016년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했다. 사진=옥영화 기자
◆우승으로 마치고 싶은 포스트시즌
양의지는 군 복무 후 포수 마스크를 쓰고 경기에 뛰는 날이 많아졌다. 2010년 신인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첫 포스트시즌도 경험했다. 2006년 프로 입문 이래 4년 만이었다. 처음만 어려울 따름인가. 이후 양의지는 가을에도 꽤 많은 경기를 뛰었다. 포스트시즌만 통산 45경기다.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6일 후에는 그는 포스트시즌 46번째 경기를 뛸 것이다.
항상 이 시기가 오면, 긴장이 된다. 손에 땀도 흐른다. 늘 했던 대로 준비하고 있다. 경기에 나가서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했지만)개인상에 욕심을 낸 적은 없다.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플레이를 모두 펼치는 게 목표다. 팀과 동료가 나를 바라본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내가 흔들리면, 팀이 흔들릴 수 있다.”
두산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총 5번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지난해(한국시리즈 직행)를 빼고 모두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했다. 플레이오프 직행, 기다리긴 하나 짧은 기다림이다.
지난해 경험하니 확실히 한국시리즈 직행의 이점이 있다. 짧은 기간 적은 경기에 모든 걸 쏟을 수 있다. 이번에는 플레이오프로 직행했는데 잘 모르겠다. 우선 준비를 잘 해야겠지. 부상 없이 최상의 컨디션을 끌어올리느냐가 중요하다. 우리는 늘 재미있게 하는 팀이다. 너무 이겨야 한다고 몰입하면 잘 안 되더라. 순리대로 간다.”
양의지는 현재 국가대표다. 2015 프리미어12 및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주전으로 활약했다. 그가 밝힌 성장 시기는 김태형 감독이 부임한 2015년이다. 그 해부터 두산은 정상을 놓치지 않았다.
그가 생각하는 가장 짜릿한 순간은 첫 번째 우승(2015년)이었다. 도장 깨기였다. ‘미라클 두산이라고 불렸다. 2015년에는 정말 즐거웠다. 선수단이 하나가 돼 힘든 줄도 몰랐다. 가장 기억에 남고 감격스럽다. 주변에서 ‘두산의 색깔답게 경기를 했다고 말씀하시더라.”
지난해 완벽 우승도 화제였다. 판타스틱4의 위력은 대단했다. 두산은 NC를 상대로 2점만 내주면서 4경기 만에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했다. 역대 한국시리즈 최소 실점 우승. 양의지는 38이닝을 포수로 뛰었다. 솔직히 머리가 깨질 정도로 힘들었다. 1구마다 긴장했다. 사인 하나에도 집중했다. (스트레스로)1,2년은 더 늙은 것 같다.(웃음)”
두산의 판타스틱4도 포수 양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더욱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사진=김영구 기자
지난해 한국시리즈 2연패 후 두산 왕조라는 표현이 쓰였다. 두산은 올해 한국시리즈 3연패에 도전한다. 삼성(2011~2014년)이 유일하게 한 차례 달성한 대기록이다. 조금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되돌아보면 기분이 좋을 것 같다. 자신감이 더 생기기도 한다. 우리를 인정해주는 것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 야구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스포츠니까.”
양의지는 올해 두산이 정상에 오를 충분한 전력이라고 평했다. 예년과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좀 더 경쟁이 치열해질 따름이다. 두려움은 없다. 어떤 강팀이라도 잘 맞설 수 있다.” 그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친다.
포스트시즌의 포인트는 마운드다. 투수의 활약이 절대적이다. 타선은 매 경기 좋을 수가 없다. 두산은 지난해 그 힘을 보여줬다. (올해 판타스틱4의 위력이 덜하다는 평에 대해)글쎄,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들도 나 못지않게 준비를 많이 할 것이다. 그래서 걱정하지 않는다. 큰 경기에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 결국 얼마나 상대를 잘 공략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 컨디션이 안 좋다고 경기에 안 뛸 수 없다. (포수가)이를 잘 리드해야 한다. 너무 무실점을 의식하면 대량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점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려 한다. 불펜도 돌아가며 부족한 부분을 메웠다. 그것이 우리 마운드의 강점이다.”
두산은 최근 가장 강한 팀이었다. 김 감독 부임 후 한국시리즈 우승을 두 차례 했다. 정규시즌 성적표도 3위가 가장 낮은 순위였다. 3년간 정규시즌에서 256승을 기록했다. 이 기간 가장 많이 이긴 팀이다. 우리는 역전승이 많다. 매 경기 ‘이길 수 있다는 마음으로 임한다.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최근 한국시리즈 8연승이다. 큰 경기에 강하다는 말을 듣는데)많은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나도 젊은 시절 실수가 잦았다.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그렇게 (나와 팀은)배우고 성장했다.”
양의지는 한국시리즈 3연패를 소망한다. 그 꿈을 이루려면 두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달콤한 환상에 사로잡혀 있을 시기가 아니다. 한국시리즈는 다음이다. 플레이오프 통과가 우선이다. 한국시리즈 진출을 장담할 수 없다. 플레이오프부터 이겨야 한다. (위에서 기다리는)KIA를 바라볼 게 아니라 (준플레이오프를 치르는)롯데와 NC를 보면서 잘 준비해야 한다. 가을야구는 축제다. 우리는 물론 상대도 전력을 다할 것이다. 야구팬은 재미있게 즐기시길 바란다.”
양의지
1987년 6월 5일생
179cm 85kg
송정동초-무등중-진흥고-두산-경찰
2006년 두산 2차 8라운드 59순위
2010년 KBO리그 신인상
2014년 KBO리그 골든글러브 포수 부문
2015년 프리미어12 우승
2015년 한국시리즈 MVP
2015년 KBO리그 골든글러브 포수 부문
2016년 KBO리그 골든글러브 포수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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