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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제리소녀시대` 종영①] 옛날 사랑법, 추석에 잔잔한 여운 남기다
입력 2017-10-04 06:46  | 수정 2017-10-04 08:05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란제리 소녀시대'가 옛날 사랑법으로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에 잔잔한 여운을 남겼다.
지난 3일 방송된 KBS2 드라마 '란제리 소녀시대'에서는 이정희(보나 분)이 짝사랑하던 손진(여회현)에게 고백받았지만, 한결같은 마음을 보여준 배동문(서영주)과 사랑을 이뤘다.
김용희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8부작 '란제리 소녀시대'는 '학교 2017'에 이어 지난달 11일 처음 전파를 탔다. 신인급 배우인 채서진 서영주 여회현을 주연으로 내세웠고, 기존 16부작보다 절반 정도되는 회차에 시작부터 다른 작품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한 작품 아니냐는 따가운 눈초리를 받았다.
1회 때에는 예상치 못한 사투리 논란에 휩싸였다. 대구를 배경으로 했지만, 배우들의 사투리가 어색하다는 지적이었다. 이러한 흐름은 배우들의 연기력 평가로 불똥이 튀었다.

그러나 '란제리 소녀시대'는 회차를 거듭할수록 좋은 평가를 받았다. 낯설기만 했던 배우들의 연기가 극에 녹아든 덕분이었다. '첫사랑'을 중심으로 한 풋풋한 옛날식 사랑법은 작품이 힘을 낼 수 있게 도왔다.
이정희는 지역에서 선망의 대상인 손진을 처음 본 뒤 사랑에 빠졌고, 배동문은 소개팅에서 만난 이정희에게 첫눈에 반했다. 손진은 서울에서 전학온 박혜주(채서진)에게 고백했지만, 박혜주는 무뚝뚝한 주영춘(이종현)에게 사랑을 느꼈다.
배동문은 손진에게만 눈길을 주는 이정희를 보면서도 옆에서 안타까워했다. 이정희는 자신에게 헌신하는 배동문을 좋아하고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꼬인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힌 관계였지만, 이정희 배동문이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을 여는 모습들은 1970년대 배경과 섞이면서 애틋하게 다가왔다.
이 외에도 손진이 박혜주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정희는 박혜주가 처한 상황에 함께했고, 두 사람은 위기 속에서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남녀 간의 사랑뿐만 아니라 이정희 박혜주의 우정은 드라마에 훈훈한 기운을 불어넣었다.
권위주의적인 교사인 오만상(인교진)은 박혜주가 퇴학당하는 일을 앞두고 괴로워했다. 강압적인 교권을 대표하는 것처럼 비쳤던 그도 학생과 교감하는 선생이었다. 이정희 어머니(김선영)가 남편(권해효)이 바람을 핀 사실을 알면서 속앓이했던 장면들은 부모님 세대가 공감할 만했다.
4%대 시청률로 '학교 2017' 성적에서 반등하지 못한 '란제리 소녀시대'는 그럼에도 시청률 잣대로만 평가할 수 없는 드라마였다. 서툰 첫사랑을 바탕으로 기성세대에게는 옛 추억을 떠올리게 했고, 신세대에게는 세대를 초월한 설렘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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