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2017 시즌 리뷰] 캔자스시티, 봄날은 간다
입력 2017-10-03 06:01 
로열즈를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던 주축 선수들이 하나 둘 떠나고 있다. 사진=ⓒAFPBBNews = News1
[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꽃잎이 바람에 지고, 무심히도 가버리는 것이 봄날이다. 캔자스시티 로열즈의 황금기도 그렇게 봄날처럼, 너무 빨리 져버리고 있다(날짜는 한국시간 기준).

시즌 요약
성적: 80승 82패(AL 중부 3위, 포스트시즌 탈락)
최다 연승: 9연승(7월 20일~29일)
최다 연패: 9연패(4월 21일~5월 1일)
최다 실점: 17실점(9월 3일)
최다 득점: 16득점(7월 21일, 7월 27일)
무득점 패: 15회
무실점 승: 6회
끝내기 승리: 8회
끝내기 패배: 8회

총평
지난 2일(한국시간)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는 캔자스시티의 팬이라면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장면이 나왔다. 에릭 호스머, 마이크 무스타카스, 로렌조 케인, 알시데스 에스코바가 동시에 교체되면서 서로 부둥켜 안고 관중들의 기립박수에 답례했다. 이들은 모두 이번 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얻는다. 지난 2015년 팀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던 이들은 마지막을 예감한 듯, 복잡한 감정이 뒤섞인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2015년 월드시리즈 우승팀 캔자스시티는 그 이후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누구도 공략할 수 없을 거 같았던 불펜 삼대장-그렉 홀랜드, 켈빈 에레라, 웨이드 데이비스-는 철지난 아이돌그룹처럼 뿔뿔히 흩어졌고, 지금은 에라라만이 외롭게 남았다. 그 에레라는 이번 시즌 26개의 세이브를 기록했지만, 5개의 블론세이브와 4.25의 평균자책점을 남겼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때만 하더라도 앞으로 던진 날보다 던질 날이 더 많이 남았을 거 같았던 요다노 벤추라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비극적인 사고로 하늘로 떠났다. 그 빈자리는 제이슨 바르가스(18승 11패 4.16) 혼자만으로는 채울 수 없었다. 이안 케네디(5승 13패 5.38), 제이슨 하멜(8승 13패 5.29) 등 투자를 해서 영입한 베테랑 선발들의 부진이 아쉬웠다. 대니 더피는 9승 10패 3.81로 그럭저럭 선방했지만, 공이 아닌 술잔과 핸들을 잡았다가 망신을 당했다.
타선은 타율(0.259)에 비해 OPS(0.731)가 너무 떨어졌다. 홈런 폭증은 남의 나라 얘기였다. 팀 전체가 아메리칸리그에서 다섯번째로 적은 193개의 홈런을 치는데 그쳤다. FA 자격 획득을 앞두고 있는 호스머와 케인, 무스타카스는 자기 역할을 했지만, 나머지 타자들의 부진이 너무 아쉬웠다. 특히 알렉스 고든.

과거의 영웅들은 떠나지만, 새로운 얼굴들도 등장했다. 2010년 드래프트 9라운드 지명 선수인 윗 메리필드는 0.288의 타율과 34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마운드에서는 스캇 알렉산더, 제이콥 주니스가 가능성을 보였다.
코치진도 물갈이가 예상된다. 데이브 에일랜드 투수코치, 돈 와카마츠 벤치코치, 러스티 쿤츠 1루코치 등이 역할을 옮기거나 팀을 떠난다.
로렌조 케인은 FA 자격 획득을 앞두고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사진=ⓒAFPBBNews = News1

MVP: 로렌조 케인
타율 0.300 OPS 0.803 15홈런 49타점 26도루는 그의 최고 성적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시즌 케인은 빅리그 데뷔 이후 가장 많은 155경기에 뛰면서 올스타 시즌이었던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5.3의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을 기록, 팀이 시즌 막판까지 포스트시즌 진출 희망을 이어가는데 기여했다. 월드시리즈 우승 경험에 공수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그는 이번 이적시장에서 귀하신 몸이 될 예정이다.
알렉스 고든은 장기 계약 이후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AFPBBNews = News1

올해의 반전: 알렉스 고든
지난 2016시즌을 앞두고 캔자스시티와 4년 7200만 달러에 계약을 연장한 고든은 그 이후 예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손목 골절로 128경기 출전에 그쳤던 그는 이번 시즌은 그보다 많은 148경기에 나섰지만, 타율 0.208 OPS 0.608로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공격면에서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홈런도 9개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DRS(Defensive Runs Saved) 12, UZR(Ultimate Zone Rating) 11.6으로 수비에서는 굳건한 활약을 했다는 것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윗 메리필드는 캔자스시티의 새로운 희망이다. 사진=ⓒAFPBBNews = News1

올해의 재발견: 윗 메리필드
2010년 드래프트 9라운드 지명 선수인 그는 메이저리그 데뷔 2년차인 올해 145경기에서 타율 0.288 OPS 0.784 19홈런 78타점 34도루를 기록하며 팀의 주축 선수로 성장했다. 34개의 도루는 아메리칸리그에서 가장 많은 기록이다. 주 포지션은 2루지만, 좌익수와 우익수, 1루수와 3루수까지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선수다.
라이언 북터는 이적 후 불펜에서 좋은 활약을 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올해의 영입: 라이언 북터
캔자스시티는 시즌 도중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선수 세명씩 맞바꾸는 초대형 트레이드를 진행했는데, 그때 받아 온 선수 중 가장 좋은 활약을 남긴 선수가 바로 북터다. 좌완 불펜인 그는 이적 후 29경기에서 27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2.67를 기록했다. 8볼넷 18탈삼진으로 볼넷 삼진 비율은 좋지 않았지만, 이닝당 출루 허용률 0.889로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14명의 승계 주자 중 단 세 명만 득점을 허용했다.
[greatnemo@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