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추석 연휴 시작과 함께 온 '北美직접접촉' 가능성 소식... 文 대통령 일정 줄이며 주시
입력 2017-10-01 17:16  | 수정 2017-10-08 18:05
연휴에 날아든 긴장완화 시그널 2題…文대통령 일정 줄이며 주시

청와대가 추석 연휴 시작과 동시에 날아든 북한과 미국의 직접접촉 가능성이 한껏 고조된 한반도 긴장상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북미 간 무력시위에 이어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치열한 설전(舌戰)으로 한반도의 긴장 수위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북미 간 직접접촉이 성사만 된다면 긴장완화에 도움을 줄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중국을 방문 중인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3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과 회담한 후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 2∼3개 정도의 채널을 열어두고 있다"며 "블랙아웃 같은 암담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위태위태한 살얼음 국면 속에서도 대북 대화를 위한 소통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입니다.


틸러슨 장관은 "우리는 대화를 통해 사태를 해결하기 바란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습니다. 기본 원칙은 평화적 해결"이라며 "우리에게 필요한 가장 당면한 행동은 사태를 진정시키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외교 총사령탑'인 틸러슨 장관의 이 같은 메시지는 문재인 대통령이 그동안 단 한 번도 놓지 않았던 '한반도 문제의 외교적·평화적 해결' 원칙과 궤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대북 압박·제재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분명하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이라며 우리에게는 그런 세상을 물려줄 책임이 있으며, 한반도 평화와 번영은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면책이 허용되지 않는 절대 의무"라며 평화 의지를 재천명했습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1일 틸러슨 장관의 언급과 관련해 "한미 양국은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기 위해서 최대한 제재·압박이 필요하다는 원칙을 견지하면서 대북 접촉채널 유지 노력에 관해 긴밀히 협의해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미북·남북 등 양자 대화와 다자대화를 포함해 여러 형식이 병행돼 추진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부연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북한 핵·미사일 도발 상황을 북미 간 문제로 규정한 상황에서 북미 양자 채널 유지는 우리 정부로서도 환영할만한 일이며, 다양한 수준의 대화를 위해 한미공조가 철저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청와대는 일단 북미 간의 치고받기식 무력시위와 잇따른 '말 폭탄' 싸움 국면에서 나온 틸러슨 장관의 방중 메시지가 긴장해소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조심스레 해석하면서 미국과 북한의 향후 행보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속단하긴 이르지만 틸러슨 장관의 언급은 한반도 긴장완화의 청신호로 보인다"며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노력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한반도 긴장완화 신호는 또 다른 데서도 감지됩니다.

북한이 피겨 페어 부문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면서 '평화올림픽' 가능성이 일정 부분 높아져서입니다.

물론 참가 여부는 온전히 북한 당국의 결정 사항이지만 북미 대치 속에 긴장도를 마냥 높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북한의 태도 변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따라서 이를 계기로 한반도 해빙 무드가 조성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희망 섞인 관측이 일각에서 나옵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당장 이날 환영 의사를 비치면서 "더 많은 북한 선수단이 참석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다만 이런 상황이 한반도 정세의 변곡점이 되리란 시각은 현재로서는 제한적입니다.

청와대는 틸러슨 장관의 언급이 당장에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는 것을 함의한다는 해석에는 선을 그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분명 좋은 신호라고 생각되지만, 북한의 도발을 중단시킬 것으로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말했습니다.

박 대변인 역시 "미 국무부 대변인이 어젯밤 밝혔듯이 북한은 진지한 대화에 관한 아무런 관심을 표명해 오고 있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미국은 북한 정권 붕괴 촉진, 체제 변화 추구, 한반도 통일 가속화, 비무장지대 이북 군사력 동원에 관심이 없다는 확언에도 북한 당국자들은 비핵화 대화에 관심이 있거나 준비돼 있다는 어떤 것도 보여주지 않았다"고 실망감을 드러냈습니다.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등이 이달 중순께 동해 상에서 우리 해군과 고강도 연합훈련을 할 것으로 알려진 것도 또 다른 변수가 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게다가 유엔 또는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을 통한 고강도 대북 제재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은 여전합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 확보를 위해 연말까지 한두 번의 추가 도발로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뒤 핵보유국 선언을 한 다음 내년부터 미국과 대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청와대는 북한 노동당 창건일인 오는 10일 또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예정된 18일에 추가 도발할 가능성이 작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이 예정됐던 재래시장 방문을 취소하는 등 연휴 기간 공식일정을 축소한 것이 한반도 상황에 영향을 줄 상반된 메시지가 혼재된 현 국면에 대한 고심의 일단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해석은 이런 엄중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입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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