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데이비드 리우 "염기 하나 바꾸는 유전자가위, 유전병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치료"
입력 2017-09-29 18:03 
데이비드 리우 하버드대 교수 <자료제공=기초과학연구원(IBS)>

"DNA 염기 하나만 바꿔서 치료할 수 있는 인간의 유전질환 종류는 4만4000~5만개에 달합니다. 실제 유전병 치료에 활용될 수 있는 안정성 있고 효율적인 도구를 개발하겠습니다"
특정 DNA 염기를 바꿔치기 하는 유전체 교정 도구 '크리스퍼 염기교정 유전자가위(Base Editor)'를 처음으로 개발한 데이비드 리우(David R. Liu) 하버드대 교수는 27~29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IBS-Nature 유전체 교정 컨퍼런스'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낭성 섬유증, 겸상 적혈구 빈혈 등은 염기 하나가 잘못돼 발생하는 대표적인 유전질환이다.
리우 교수는 국내 기자들과 만나 "기존 1~3세대 유전자가위는 DNA 두 가닥을 모두 잘라 유전체를 교정한 뒤 세포가 재생되기만을 기다렸다"며 "이 경우 원하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고칠 수는 있지만, 과도한 삽입이나 절단이 동반되기 때문에 원치 않는 변이까지 나타날 위험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 개발한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를 사용하면 DNA 이중 가닥을 모두 끊지 않고도 두 가닥을 살짝 벌려 원하는 단일 염기의 문제인 '점 돌연변이'를 교체할 수 있다"며 "불필요한 변이를 유도하지 않고도 단일 염기의 문제를 치료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DNA의 표적지점에 있는 C(시토신)을 T(티민)으로 바꾸는 이 기법은 지난해 '네이처'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그는 "DNA 이중가닥을 절단할 때는 무작위 삽입·제거가 50%나 일어나는데, 단일염기 편집 기법을 쓰면 1%에 불과하다"며 "두 가닥을 모두 자르는 게 유리한 경우도 존재하지만, 특정 점 돌연변이에서 비롯된 유전병은 DNA 절단 없이 치료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연구결과를 과장하고 싶지는 않지만, 실제 사람 대상 임상실험을 성공시키고 유전질환 환자들에 혜택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우 교수 연구팀은 세포를 속여 염기서열이 바뀌어도 이상을 느끼지 못하도록 했다. 그는 "염기서열을 교정할 때 세포가 이것을 손상이라 여기면 변환된 것을 폐기하고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려 한다"며 "세포가 변형을 자연스럽고 영구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야 주변에 변이를 일으키지 않고 효과적으로 표적 지점의 염기만 교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정확도를 더 높이고 다른 변이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리우 교수 연구팀은 A(아데닌)를 G(구아닌)으로 바꾸는 데도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우 교수는 "기존 크리스퍼/카스9과 비교하면 표적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여전히 표적이 아닌 곳에서 오작동해 변이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며 "DNA가 아닌 RNA와 단백질의 형태로 전달하고, 카스9 단백질에 돌연변이를 도입하는 등 적중률을 높이기 위한 여러 보완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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