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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홀` 종영①] 주연 이름값 짓누른 클리셰…최악 평가는 당연지사
입력 2017-09-29 06:46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클리셰'는 문학이나 예술 작품에서 흔히 쓰이는 소재나 이야기의 흐름 등을 뜻한다. 작품을 논할 때 대부분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지난 28일 종영한 KBS2 드라마 '맨홀-이상한 나라의 필'은 클리셰가 난무한 작품이었다.
'맨홀'은 시작 전부터 기대를 받은 드라마였다. 아쉬움을 남겼던 '7일의 왕비' 후속작인데다 아이돌 출신이지만 배우로서 인지도가 있는 김재중 유이를 내세웠다. 황금시간대라고 평가받는 수·목요일 드라마 주인공으로는 일단 손색없었다.
강수진(유이 분)을 짝사랑하던 봉필(김재중)이 맨홀을 통해 시간여행을 한 뒤 강수진의 결혼을 막는 소재는 나름대로 참신했다. '타임슬립'을 중심으로 풀어가는 드라마에 우려가 있었으나 앞서 다양한 작품에서 거듭했기에 또 다른 방식으로 전개를 이어나갈 것이라는 평가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허점 투성이였다. 봉필이 과거로 돌아간다는 것 외에는 특별히 내세울 건 없었다. 봉필의 기억만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시간에 따라 변하는 강수진의 마음을 제외하고는 흥미 요소를 찾기 어려웠다. 되풀이되는 시간여행으로 복잡해지는 전개는 시청자의 중간 유입이 어렵게 했다.

지난달 4일 첫 방송한 '맨홀'은 당시 3.1%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기록했다. 참담한 성적표였지만, 끝이 아니었다. 이후에는 1, 2% 오락가락하는 시청률을 보이다가 같은 달 31일에는 1.4%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률 조사를 처음 시작한 1991년 이후 '최저 시청률'이라는 불명예까지 안았다.
방송 중간에는 제작진 교체설이 전해졌다. 성적에서 비롯된 안팎의 잡음이 끊이질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KBS 측은 "작가나 연출자 교체가 아닌 공동작가와 연출이 투입됐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작품이 순항했다면 애초에 들리지 않을 소식들이었다.
봉필이 적극적으로 강수진의 인생에 개입할 때부터 '맨홀'은 다시 방향을 틀었다. 강수진 남편인 박재현(장미관)이 분노조절 장애를 겪고 있다는 설정이었다. 유쾌한 봉필 친구들은 갑자기 폭력 사건에 휘말렸다. 강수진의 결혼에 부당함을 강조한 것이겠지만, 흔들리는 작품 한쪽에 커다란 추를 단 셈이다. '맨홀'의 행보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뒤뚱거렸다.
'시간여행' '분노조절 장애를 겪는 악인'이라는 클리셰의 정점을 찍은 건 마지막 회다. 봉필처럼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걸 깨달은 강수진이 다시 떨어진 시간은 결혼식 당일이었다. 그 장면만으로도 강수진이 결혼 선서를 할 때 봉필이 등장하는 장면이 예견됐고,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대로 봉필은 강수진의 손을 잡고 식장을 빠져나왔다. 클리셰를 넘어서 시청자도 미래로 가는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는 착각까지 들게 할 정도였다.
배우와 제작진이 긴 시간 동안 공들인 드라마를 무작정 폄훼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단순히 유명 배우들을 모아놓고, 그동안 반응이 좋았던 장치들을 짜깁기한 듯한 작품은 혹평받을 수 밖에 없다. 김재중 유이 정혜성 바로 등 각자 전작들에서 나름의 활약을 했던 배우들은 클리셰에 짓눌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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