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공직자 취업제한 `자본금 10억` 기준 피하려 하루 전날 자본금 낮춘 회사…법원 "부당"
입력 2017-09-24 14:23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기관으로 인사혁신처가 연말에 고시한 회사라면 이듬해 사측이 관련 기준을 변경했더라도 여전히 취업제한 대상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공직자 출신을 취업시키려 업체들이 편법을 쓸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2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국현)는 국토교통부의 한 지방국토관리청 과장으로 일하다 2015년 연말 퇴직한 뒤 2개월여 만에 토목엔지니어링 업체 K사 부회장으로 취업한 이 모씨가 "취업해제 요청 처분을 취소하라"며 국토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현행 공직자윤리법과 시행령은 자본금 10억원 이상, 연간 외형거래액 100억원 이상이면서 퇴직 전 5년간 소속됐던 부서·기관과 관련 있는 사기업에는 퇴직 후 3년간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사혁신처는 이를 근거로 연말마다 해당 기업을 고시하고 직후 1년간 고시를 적용해 취업 심사를 해왔다. K사 역시 2016년 취업제한 기관으로 고시됐던 업체다.
재판부는 K사의 자본금은 20억원이었다가, 이씨가 취업하기 바로 전날인 2016년 3월 7일 9억8000만원으로 감소했다"며 "K사의 자본금이 고시 적용연도 중간에 10억원 이하로 변경됐다고 해서 더이상 취업제한 기관에 해당하지 않게 됐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가 사기업의 자본금 증감 현황을 수시로 파악해 고시를 변경하기는 어렵다"며 "사기업이 고시 적용연도 중간에 자본금을 임의로 낮춰 취업제한 규정을 피해 특정인을 취업시키는 것을 막아야 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9~11월께 취업제한 기관 고시를 토대로 퇴직공직자 취업 여부 일제조사를 실시한 뒤 K사에 "이씨에 대해 취업해제 조치를 취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이씨는 "취업일을 기준으로 자본금이 10억원에 미달하는데도 K사를 취업제한 기관으로 정한 인사혁신처 고시는 상위법에 반해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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