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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인터뷰] 구자욱은 변했다…삼성도 변해야 한다
입력 2017-09-24 06:01 
구자욱은 달라졌다. 특히, 중심타자로 자리 잡기 위해 파워 스윙을 하고 있다. 개인 성적도 향상됐다. 사진(대구)=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대구) 이상철 기자] 구자욱(24·삼성)은 올해 한 단계 성장했다. 시즌을 치를 때마다 한 계단씩 오르고 있다. 2015년 출중한 기량을 뽐내며 신인상을 수상했던 그는 2년 연속 자신을 뛰어 넘었다.
구자욱은 변했다. 1년 전과 달라진 점이 세 가지다. 장타자가 됐고 건강해졌다. 또한, 포지션도 바뀌었다. 긍정적인 변화다. 그리고 미래를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밑바탕이다.
김한수 감독도 중심타자로 잘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체력이 뒷받침 돼 전 경기를 뛰고 있지 않은가. 부상도 없다. 전반적으로 매우 좋은 시즌을 치른 것 같다. 이를 토대로 보완해가면 내년에는 더 좋은 시즌을 치르지 않겠는가”라며 흡족해했다.
◆변화1-장타자
구자욱은 2015년 1번타자로 가장 많이 뛰었지만 2016년부터 3번타자로 더 많이 나가고 있다. 올해 구자욱은 삼성의 고정 3번타자다. 주춤했던 지난 5월 3경기만 7번 타순에 배치됐을 뿐, 3번 타순에는 늘 구자욱의 이름이 있었다.
구자욱은 중심타자가 됐다. 단순한 타순이 아니라 장기적인 계획 아래 거포로 변신 중이다. 김 감독은 구자욱의 3년차에 대해 지금은 정교함보다 장타력을 끌어올려야 할 시기다”라고 이야기했다.
힘이 부족했던 구자욱은 비시즌 동안 웨이트트레이닝을 열심히 했다. 힘의 증가는 타구의 비거리에 영향을 끼쳤다. 구자욱의 타구는 멀리 날아갔다. 타격도 콤팩트 스윙보다 파워 스윙으로 변화를 줬다.
성공적이다. 구자욱의 개인 성적은 향상됐다. 데뷔 후 첫 20홈런-100타점을 달성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안타(147→171), 홈런(14→21), 타점(77→105), 2루타(19→37)이 증가했다. 3루타는 13개에서 10개로 줄었으나 이 부문 1위다.

구자욱은 지난 6월 그냥 이상하게 타구가 멀리 날아간다”라고 말했다. 현재 그는 ‘이상한 느낌을 받지 않는다. 그는 좋은 궤적으로 날아가는 타구를 바라보면 기분이 좋다”라며 했다.
변화가 순탄할 수는 없다. 그리고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구자욱도 5월까지 타율(0.295)이 3할에 미치지 못했다. 마음고생이 심했다.
구자욱은 (파워 스윙으로 바꿨는데)첫 변화였다. 꽤 어려웠다. 사실 두려움도 있었다. 시즌 초반 성적이 좋지 않아 자신감도 떨어졌다. 심리적인 문제가 컸던 것 같다. 3할 타율을 한다는 게 이렇게 어렵다는 걸 느낀 한 시즌이었다. 그래도 중반 이후 부담을 떨쳐 내 3할 타율을 기록했는데 끝까지 유지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구자욱은 23일 현재 타율 0.311를 기록하고 있다. 2015년(0.349)과 2016년(0.343)에는 3할4푼대였다. 또한, 지난해보다 삼진이 68개에서 135개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타율에 대한 아쉬움은 없을까. 구자욱은 이에 대해 예전에는 타율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중요한 기록이다. 그러나 발전 가능성을 위해 변화를 택했다. 비록 타율이 내려갔지만 아웃이어도 질 좋은 타구가 나오고 있어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라며 웃었다.
구자욱은 지난해 허리 통증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다. 하지만 올해 그는 매우 건강하다. 23일 현재 전 경기를 선발로 뛰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변화2-건강
구자욱은 2016년 108경기를 뛰었다. 신인상을 수상했던 2015년(116경기)보다 적게 뛰었다. 허리 부상이 원인이었다.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기까지 45일이 걸렸다. 예정보다 훨씬 늦은 복귀였다. 치료와 휴식을 취했으나 통증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구자욱에게 ‘2년차 징크스는 없었다. 하지만 부상은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그는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몸 관리가 중요하다는 걸 더욱 깨달았다. 앞으로 잘 관리해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쭉 뛰는 걸 지켜봐 달라”라고 말했다.
구자욱은 겨우내 구슬땀을 흘렸다. 아프지 않기 위해 보강운동을 많이 했다. 구자욱은 건강관리에 신경을 많이 썼다”라고 전했다. 그 노력은 보상을 받았다. 구자욱은 건강하다. 23일 현재 140경기에 출전했다. 특히 그는 교체 없이 선발로 뛰고 있다.
삼성은 4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구자욱이 잔여 경기를 다 뛸 경우, 데뷔 첫 전 경기 출전 기록을 세운다. 의미 있는 기록이다.
구자욱은 만약 몇 차례 결장했다면 큰 의미를 두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지금도 많이 힘들다. (장기 레이스에)힘들지 않은 선수가 있겠나. 그렇지만 모두 선발 출전이다. 그래서 더욱 욕심이 난다. 힘들지만 당연히 해내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체중이 많이 빠졌다. 시즌 개막할 때보다 10kg이나 감량됐다. 비록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됐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프로선수로서)우리의 임무다. 아프지 않고 (전 경기를 뛴다면 그나마)좋은 결말이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외야수-내야수-외야수. 구자욱의 포지션은 해마다 바뀌었다. 그는 올해 주전 우익수다. 포지션 이동은 결과적으로 좋은 결정이었다. 사진=김영구 기자
◆변화3-외야수
구자욱은 올해 포지션을 바꿨다. 지난해 1루수로 뛰었던 그는 다시 외야로 이동했다. 마무리훈련부터 외야수 연습에 열중했던 그는 주전 우익수로 자리매김했다.
구자욱은 지난해 마무리훈련을 마친 뒤 경쟁이 더 치열해진만큼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다. 외야수 적응에 어려움이 없다”라고 말했다.
시행착오가 없지 않았다. 구자욱의 수비는 공격만큼 뛰어난 편이 아니었다. 매끄럽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렇지만 꾸준하게 뛰면서 구자욱의 외야 수비도 향상됐다. 23일 현재 구자욱의 실책은 4개.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15년에는 13개, 2016년에는 7개였다.
구자욱은 (내가 생각해도)솔직히 시즌 초반에는 외야 수비가 엉망이었다. 하지만 계속 그 자리에 뛰면서 괜찮아졌다. 지금은 편하게 외야 수비를 할 수 있다”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포지션 변경은 구자욱의 수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다. 그러면서 구자욱의 타격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김 감독은 (구)자욱이가 좀 더 타격에 집중하기 위해 외야수로 가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간혹 아쉬운 수비도 했지만 앞으로 잘 다듬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평했다.
무엇보다 외야수 이동에 따른 큰 소득은 건강이다. 구자욱은 외야수로 뛰면서 부상 위험이 줄어든 부분이 있다. 아무래도 1루수는 허리를 자주 숙여야 해 부담이 따른다. 그런 점에서 포지션을 변경한 게 좋은 것 같다. 물론 쉽지 않았으나 그나마 편하게 하는 것 같다”라고 했다.
구자욱(왼쪽)은 장타가 늘어난 비결에 대해 이승엽(오른쪽)의 도움이 컸다고 했다. 사진=김영구 기자
◆변화4-진행형
구자욱은 훗날 삼성과 KBO리그를 대표하는 장타자가 되는 꿈을 품고 있다. 그 첫 걸음은 가볍다. 하지만 그의 마음 결코 가볍지 않다. 삼성은 올해도 가을야구를 하지 못한다. 2년 연속이다.
팀 성적도 좋지 않다. 삼성은 창단 이래 최초로 80패를 했다. 역대 최저 승률은 이미 예약했다. 자칫 4할 승률도 무너질 수 있다. 구자욱이 KBO리그에 처음 뛰었을 때 삼성은 정규리그 1위 및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했다. 1년 뒤 22번을 더 졌으며, 또 1년 후 4번을 더 패했다. 남은 3경기를 다 질 수도 있다.
구자욱은 다치지 않고 꾸준히 경기를 뛰어 개인 기록이 좋아졌다. 하지만 팀 성적이 좋지 않아 큰 의미가 없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건강의 중요성을 배웠던 구자욱이 올해 얻은 깨달음은 ‘팀 성적이다. 그는 팀이 잘 하는 게 첫 번째다. 팀이 이기고 나도 잘 해야 웃을 수 있다. 분위기도 좋아진다. 그런 부분에서 안타깝다”라고 이야기했다.
구자욱에게 최근 야구를 하면서 가장 재미를 느끼는 순간이 언제인지를 물었다. 그는 간단하다. 잘 해야 재미있다. 못 하면 재미없다. 그것이 솔직한 답인 것 같다”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그는 올해 더 많은 재미를 못 느꼈을 것이다.
구자욱의 3번째 시즌은 종착점에 다다랐다. 그러나 4번째 시즌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앞으로 그가 뛰어야 할 경기는 수없이 많다. 쉼 없이 달렸던 그는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뒤 다시 구슬땀을 흘릴 것이다. 2018년의 구자욱은 지금보다 더 강해지기 위해서. 그 노력은 유니폼을 벗는 순간까지 계속될 것이다.
구자욱은 완성형 타자는 없다. 있다면 정말 말도 안 되는 기록을 세웠을 것이다. 모든 선수가 지금보다 더 잘 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변화를 준다. 그렇게 해마다 발전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은퇴 즈음에는 완성형 타자가 됐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되어가는 과정이다”라며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구자욱이 ‘변해야 한다라고 자각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는 선배 이승엽의 존재다. 구자욱은 이승엽 선배도 매년 타격 폼을 바꾼다. 몸에 맞는 스윙을 찾으려고 노력하신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내게도 변화를 주는 계기가 됐다”라고 했다.
구자욱은 올해 초 스프링캠프에서 이승엽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승엽의 스윙은 구자욱에게 좋은 교과서였다. 이승엽은 공에 회전을 주고 멀리 날리는 법을 직접 가르쳐줬다. 스윙과 관련한 영상도 보여줬다.
하지만 곧 현역 은퇴하는 이승엽과 함께 시즌을 준비하는 일은 없게 됐다. 구자욱은 이승엽 선배에게 많은 걸 배웠다. 편하게 질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뭔가 물어보면 다정하고 상세하게 알려주셨다. (이렇게 중장거리 타자가 되는데)큰 도움이 됐다”라며 감사함을 전했다. 이어 그는 (내년 스프링캠프부터 함께 할 수 없으니)걱정도 든다”라며 아쉬워했다.
구자욱
1993년 2월 12일생
189cm 75kg
본리초-경복중-대구고-삼성-상무
2012년 삼성 2라운드 12순위
2015년 KBO리그 신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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