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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보다 몸값 두세배…거품 낀 2차전지株?
입력 2017-09-21 17:51  | 수정 2017-09-21 20:52
국내 대표적인 2차전지 소재기업 일진머티리얼즈 주가는 올해 들어 9월까지 세 배 이상 급등했다. 일진머티리얼즈뿐만 아니라 국내 2차전지 부품주들의 움직임은 너 나 할 것 없이 2배 이상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2차전지시장의 성장세 때문에 국외 기업들의 주가 급등세도 마찬가지지만 일각에선 한국에서 너무 과열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일진머티리얼즈 주가순자산비율(PBR)은 5.3배에 달한다. PBR는 주가가 기업의 순자산에 비해 몇 배로 거래되고 있는지 측정하는 지표다. 순자산은 회사 청산 시 주주가 배당받을 수 있는 자산가치를 의미하는데, 일진머티리얼즈는 청산가치에 비해 무려 5배 이상 높게 주가가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일진머티리얼즈는 2차전지에 들어가는 핵심부품 중 하나인 일렉포일을 생산하고 있다. 일본에서 일렉포일을 생산하는 일진머티리얼즈 경쟁사 후루카와전기공업 역시 1년 새 주가가 2400엔에서 6000엔 이상 올랐다. 그러나 PBR는 2.1배로 일진머티리얼즈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중국 기업과 비교해도 다소 과열돼 있는 모습은 여전히 감지된다. 2차전지 양극재를 생산하는 국내 기업 코스모신소재의 현재 PBR는 4.8배, 엘앤에프는 8.8배다. 이에 비해 글로벌 2위 양극재 기업인 중국 닝보산산은 3.3배 수준이다. 닝보산산은 음극재시장에서도 글로벌 2위인 대표적인 2차전지 소재기업인데, 국내에서 유일하게 음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켐텍의 PBR는 3.1배로 닝보산산 수준까지 오른 상태다.

장정훈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2차전지는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주가가 급등했다"며 "(기업들의) 대규모 증설 없이 실적이 급성장하기 어렵고, 포스코켐텍 등 국내 기업 주가 수준이 글로벌 기업 평균치에 근접해 있기 때문에 당분간 쉬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요 배터리 업체가 생산설비 증설에 나서고 있지만 원자재 가격도 상승해 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빈약한 충전시설 기반 등 (전기차) 인프라스트럭처 부족으로 전기차시장 전망이 밝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에 최근 국내 2차전지 부품주들은 급등한 후 급락하는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지난 13일 주가가 4만4250원으로 8.59% 급등했으나 일주일 뒤인 20일 6.76% 급락했다. 21일도 전날 대비 4.58% 떨어진 3만7500원에 장을 마쳤다. 포스코켐텍 역시 지난 11일 주가가 전 거래일 대비 10.73%나 올랐지만 20일과 21일에 각각 6.02%, 5.13% 하락했다.
다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상승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이지훈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설치 증가와 중대형 배터리 수요 확대로 소재기업들의 실적 호조는 지속될 것"이라며 "특히 중대형 2차전지 수요 확대는 이제 초기 국면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윤진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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