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中企·소상공인 57% "매출 줄어"…영세사업자가 더 타격
입력 2017-09-21 15:04 
식사, 선물, 경조사비 상향 희망금액 평균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후 1년동안 외식업과 화훼·농축수산물업 등 소상공인의 매출이 애초 염려했던 대로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시행전부터 예상했던 부작용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데 정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시행후 1년이 지난만큼 부작용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21일 중소기업중앙회(회장 박성택)는 화훼·농축수산물 도소매업·음식점업 등 중기·소상공인 300개사를 대상으로 '청탁금지법 시행 1년 영향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시행 후 지난 1년간 기업경영 상황에 대해 '매우 어렵다'(31.7%), '다소 어렵다'(28.3%) 등으로 답해 10곳 중 6곳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종사자 규모별로 "경영이 어렵다"고 응답한 비율은 5인 미만 사업체(79.1%)에서 가장 높았다. 5~9인(56.1%), 10인 이상(48.0%) 등이 뒤를 이어 영세 사업체일수록 타격을 더 많이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청탁금지법 시행이후 매출액 변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1년간 매출액 변화에 대해서는 56.7%가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비슷하다'가 43.0%였고, '증가했다'는 응답은 겨우 0.3%에 그쳤다. 매출이 감소한 업체의 경우 매출액 감소비율은 평균 34.6%로 조사됐다. 이처럼 청탁금지법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대부분 업체가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년간 특별한 방안없이 버티는 수준(62.5%)이거나, 매장과 직원 축소(40.6%) 등으로 대응하면서 사실상 청탁금지법이 고용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상공인들은 부작용 해소를 위해 우선 정부가 음식물과 선물 등의 기준을 현실에 맞게 올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적정한 상향 금액을 평균적으로 보면 음식물 5만 4000원, 선물 8만 7000원, 경조사비 13만 2000원으로 조사됐다.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시행 이전부터 부작용이 우려됐지만 정부는 지난 1년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지금이라도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은 중기·소상공인들에게 도움을 줄 정책이 시행돼야 법안의 취지를 더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중앙회 외에 외식업중앙회·농촌경제연구원 등 다른 기관이 내놓은 설문조사 결과나 연구보고에서도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담겼다. 지난 20일 외식업중앙회가 420개 외식업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외식업체 66.2%가 청탁금지법으로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업체의 평균 매출감소율은 22.2% 수준으로, 외식시장 전체로 환산하면 청탁금지법 시행 전과 비교해 14.7% 매출이 줄었다. 외식업종 가운데 가장 타격이 큰 업종은 일식으로 매출이 35% 줄었다. 이어 한식(21%), 중식(20.9%) 순으로 매출이 감소한 음식점이 많았다.
청탁금지법 시행이후 기업경영 어려움 정도
음식점들은 매출 감소로 시행한 조치로 종업원 감원이 가장 많았다. 전체 전체 응답자의 22.9%가 '종업원을 줄였다'고 응답했으며, 메뉴 가격을 조정했다는 응답도 20.6%에 달했다. 이 밖에 '영업일 혹은 영업시간 단축(12.5%)', '전일제 종업원의 시간제 전환(11.7%)' 등 순으로 응답했다. 외식업체들은 현재 3만원선인 청탁금지법상 식사 상한액을 평균 6만8500원까지 인상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외식산업연구원은 "외식업 침체로 자영업자 대출이 부실화되면서 금융기관 부실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며 "음식접대 상한액 인상 등을 포함해 실질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 사업체가 아닌 일반국민들도 대체로 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법안의 모호성과 미풍양속이 사라지는 점 등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사회학회가 20일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 85%는 '법안에 찬성'해 법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비율이 높았다. 개선돼야 할 문제점으로는 법조항이 모호하고, 미풍양속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 다수 제시됐다. 임동균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개인간의 사회적 관계와 상호작용을 법적 규제대상으로 지정하는 데서 오는 필연적 모호성에 대해 국민들은 가장 크게 문제로 의식하고 있다"며 "미풍양속을 해칠 우려 역시 개인간 관계를 규제대상으로 삼은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달말 발간한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농식품 분야 영향과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연구보고서에선 직장인 47.1%가 '청탁금지법 규정이 완화돼야 한다'고 답해 '규정 완화가 필요하지 않다'(41.5%)는 응답자보다 많았다. 법개정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경제적 피해와 법령의 명확성 부족에 따른 혼란'(86.3%)이 가장 많았다.
[서찬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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